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로 한 달 반 가량 지낸 본 단상을 몇 자 적어본다. 


1. 학교에서 보내오는 가정통신문들이 제법 많던데 이걸 꼭 종이에 인쇄해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재생 용지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자원 낭비와 탄소 배출 증가의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학부모들 이메일을 통해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불필요한 자원, 비용, 그리고 행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쉽지 않다고? 글쎄,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영국도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면 모두 이메일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한다. 처음에는 가정통신문을 종이로 보내주고, 이후 이메일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안내하며 차차 이전시키면 되지 않나 싶다.


2. 학년과 반을 숫자로 표기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아이들에게 왜 아직도 번호를 매기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아이들은 어떤 번호의 등가물도 아닐 것이며, 그들에게는 아침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이 다들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학년 번호와 별도로 키 순서에 따른 키 번호가 있다는 사실에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성별에 따라 아이들의 키를 비교해 여기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던데 이건 꽤나 인권 침해적 소지가 있어 보인다. 아이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는 신체상의 어떤 특징으로 서열화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3. 초등학교 1학년한테 숙제가 너무 많다. 주로 국어 받아쓰기와 수학 연습인데 숙제들이 많아 보였다. 이제 가갸거겨 배우는 애들에게 국어 받아쓰기는 꽤 수준 있어 보였고(그래서인지 날마다 연습시키라고 되어 있다.), 수학 같은 경우는 다면적 사고를 고려한 나머지 애들이 힘들어 할 문제들을 내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숫자들이 있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쓰시오' 같은 문제들 말이다. 이제 한글 배우고 있는 애들에게 숫자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쓰라니. 하! 


4. 아이들을 위험하게 키우는 것과 독립적으로 키우는 건 다른 것 같다.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스로 혼자서 등하교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도해달라고 하던데,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보호자가 항상 등하교 때 동행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보호자의 양육 의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다행스럽게 딸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한 것 같다. 새로운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놀고 선생님에 대해서도 지금껏 만나본 선생님 중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한국 학교 수업이 영국에 비해 지루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이야기 한다. 수업이 흥미롭지 못하는 게 꼭 선생님 탓만은 아닐 게다. 그나저나 학교 생활 중 가장 신날 때가 점심 시간이라는 대목에서는 유전자의 강렬한 힘을 느꼈다. ㅎ 


2016년 4월 1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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