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근데 왜 하필 베트남을 여행지로 선택했나?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우리 분야 학회 중 가장 큰 학회인 ACRS(Asian Conference on Remote Sensing)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고, 그곳에 우리 회사 제품을 소개하러 갔었다. 그 외 다른 이유는 없었다.


Q: 베트남 여행은 좋았나?

슈퍼 울트라 캡숑 좋았다. 너도 시간나면 술먹지 말고 그 돈 모아 베트남이나 좀 가라.


Q: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말해 달라.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책 사서 읽어보든가 아님 인터넷 뒤져라. 나는 노력안하고 그냥 뭔가를 얻으려는 인간들을 제일 혐오한다.. 흐음..


Q: 여행 일정은?

11월 5일 19시 50분 인천출발, 11월 13일 06시 20분 인천도착의 7박 9일의 여정 되겠다.


Q: 조금 더 상세히 말해 준다면?

11월 5일 : 인천출발, 하노이 도착 후 호텔에서 1박

11월 6일 : 기상 후 아침먹고 베트남 역사 박물관 관람 후 전시 부스 설치. 이후 호텔 나이트클럽 방문

11월 7일 :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손님 맞이 이후 하노이에서 제일 유명한 New Century 나이트클럽 방문

11월 8일 :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손님 맞이 이후 우리 회사 중국 딜러부부와 저녁 만찬 및 술먹기

11월 9일 :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손님 맞이 이후 베트남 전통 맛사지가게 방문

11월 10일 :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손님 맞이 이후 ACRS Farewell Party 참석. 이후 한국에서 온 교수 및 박사들과 가로오케 방문

11월 11일 : 오전 7시 30분 하롱베이로 출발, 하롱베이 도착 후 유람선에서 점심, 하롱베이 관광, 무슨 유명한 동굴 방문 및 하롱베이 바다에서 수영, 카야킹 이후 저녁 먹고 밤뱃놀이. 그리고 유람선에서 1박

11월 12일 : 아침먹고 하롱베이 다른 지역 유람 후 수영, 이후 하롱시로 귀환. 하롱시에서 점심먹고 다시 하노이로 출발. 하노이 도착 후 한국식당가서 열무냉면 먹고 맛사지 받고 공항으로 출발

11월 13일 새벽 서울로 출발 되겠다.

결론적으로 주경야주의 일정이었다.


Q: 여행은 혼자 갔나?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자기 내면의 또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과정으로서, 심층적 내면의.....이지만... 다채로운 사정으로 인해 회사 직원이랑 둘이 갔다.


Q: (말끊으며) 됐다. 그래서 둘이 갔나?

둘이 갔다.


Q: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나?

멍청한 놈. 해외 학회에 전시하러 가는데 누가 패키지 상품으로 가나? 그냥 자유 여행이었다. 출발할 때까지도 모든 일정이 조금 불확실했다.


Q: 그런데 어떻게 여행이 가능했나?

사실 전시 부스만 신청해 놓고 호텔 예약을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출발 1주일 전까지도 하노이의 어지간한 호텔이 모두 오버부킹이 되어 있어서 방 잡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나의 사회적 품위와 체통을 생각해서 4성급 이상 호텔을 잡으려니 방이 더욱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때 저번에도 언급했던 아는 여행사 사장님이 도움을 주셨다.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4성급 호텔을 하나 잡아 주셨고, 그래서 그곳에서 놀고 먹고 그랬다. 아침마다 한 30~40명의 한국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니 여기가 하노인지 한국인지 좀 헷갈리더라. 지속적인 영어 사용을 통해 주변 한국사람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비지니스의 기본은 차별화 되겠다.


Q: 됐다. 베트남 도착했을 때의 첫 인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베트남의 첫 인상은 오토바이 되겠다. 무슨 놈의 오토바이가 그리 많은지 말이다. 전에 무슨 회사가 광고했던 아오자이입은 베트남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움직이는 그런 광경은 사기 되겠다. 다들 우리처럼 옷입고 오토바이타고 다닌다.

그리고 얼핏보기에도 한국 경제와 문화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한국에서 본 삼성이나 엘쥐 간판보다 하노이에서 본 삼성이나 엘쥐 광고 간판이 더 많았다. 하노이 공항에서 내려 대우 라노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해 대우 냉장고와 엘쥐 TV가 갖추어져 있는 객실에서 TV를 트니 나오는게 YTN이더라는 식이다. 물론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호텔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국영 베트남 TV에서도 매일 저녁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더라.


Q: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오토바이가 많은가?

하노이 인구가 500만명인데, 굴러다니는 오토바이가 300만대라고 하더라. 하노이 시내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많다. 존내 재밌는 풍경이다. 그 많던 오토바이가 어디갔는가 했더니 다 베트남에 있더라.


Q: 베트남 내 여행 목적지는 어디어디였나?

하노이, 하노이에서 동북쪽 160km 떨어지 하롱베이 이 두 곳이 여행 목적지였다.


Q: 사진에 많이 나오던데 하롱베이는 어떤 곳인가?

오버하지마라. 나, 아직 사진 안올렸다.

여하간, 하롱베이는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16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도해로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3대 자연유산이 되겠다. 하롱이란 하룡(下龍)에서 나온 말로, 중국에 점령됐던 베트남 민중을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왔던 용이 그 목적을 다하고서 그냥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에 그 기원이 있다고 한다. 총 3,200여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바다에 섬이 있다기 보다는 육지에 바다가 있는 듯한, 온갖 기암괴석과 맑은 물과 조용함과 따뜻함으로 가득한 그런 아름다운 곳이 되겠다. 쉽게 말해, 설악산이 바다에 잠겨 있다고 보면 맞겠다.  아시아나항공 광고에 나오 던 그곳이 바로 하롱베이다. 물도 잔잔하고, 에메랄드 빛의 바다와 절경의 섬들로 가득한...(이하 주절주절)


Q: 됐다.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좋은 곳인가 보다. 근데, 그 먼 곳을 어떻게 갔나?

하노이 여행자 거리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서 갔다. 주의할 점은 베트남은 철저하게 이중가격제라는 점이다. 즉, 외국인과 내국인에 대해 가격이 다르다. 우리 같은 경우 네끼 식사가 포함된 1박 2일 하롱베이 투어를 1인당 27달러에 예약했는데, 호텔을 통해 예약을 하면 최소 70달러 이상이다. 그리고 한국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해도 존내 비싸다. 영어 좀 하고, 가이드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들을 정도가 되면 하노이 여행자거리로 가서 그곳에서 예약하는게 훨씬 낫다. 다만 이런 식으로 여행자 거리에서 예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다. 따라서 여행 기간 내내 서양 애들하고 같이 움직이게 되겠다. 그리 큰 불편함은 없는데, 가끔 같이 밥먹으며 포도주의 종류나 뭐 이런 이야기하면 존내 짜증난다. 씨벌.. 그냉 배에서 주면 조용히 먹으면 되지.. 내가 포천 막걸리 이야기하면 지내도 모를 꺼면서, 왜 나한테 포도주를 묻냐고? 우리같은 경우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우리 등으로 이루어진 16인의 그룹 관광이었다.


Q: 베트남이 도로 상태가 안좋다고 하던데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자동차로 얼마나 걸리나?

조또 모르는 소리.. 도로 상태 존내 좋다.. 다만 도로에 오토바이가 많아서 자동차가 속도를 못낼 뿐이다. 대부분 3시간 정도면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갈 수 있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른다. 이 때 오줌싸면 된다.


Q: 고생이 많았겠다.

무슨 고생이 많냐? 그냥 45인승 버스나 16인승 버스타고 이동을 하는데 고생할게 뭐 있냐? 그냥 MP3 음악들으며, 차창을 보며 삶과 사회와 자연에 대해 상념에 잠기다가, 휴게소에 멈추면 그냥 오줌싸고 아이스크림 사먹으면 그만인데.. 하롱베이에 도착해서는 3층짜리 유람선타고 주는 밥먹고, 구경하다가 졸리면 1층에 있는 객실에서 디비자면 된다. 유람선은 꽤나 시설이 좋아서 각 객실마다 침대 2개가 있고,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근데 무슨 고생이냐? 뭐, 고생이라면 너무 강렬한 햇살에 살이 좀 따갑다는 정도 외에는 없다.


Q: 근데 비행기로 가는 방법은 없나?

좆까는 소리 하지 마라. 너는 160km 움직이는데 비행기로 가냐? 호텔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고, 수속하는 시간이면 하롱베이에 도착해 있다.


Q: 하롱베이 여행 상품은 어떤 것이 있나?

하노이 여행자거리에서 파는 상품은 대부분 당일 코스, 1박2일 코스, 2박3일 코스가 되겠다. 16인용 상품이거나 혹은 40인용 상품을 판다.

당일 코스는 하롱베이에 가서 절경을 유람선으로 감상하고, 천궁동굴을 보고 다시 돌아가는 코스되겠다.

1박2일 코스는 배에서 1박을 하거나 혹은 섬의 호텔에서 1박을 할 수 있는데, 내가 봤을 때 배에서 1박하는게 조금은 더 불편하더라도 꼭 한 번 해볼만한 코스 같더라. 달빛이 쏟아지는 배에서 맞는 밤을 아마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2박3일 코스는 1박2일 코스에 깟바국립공원을 돌아보는 코스가 추가되는 상품되겠다.


Q: 앞에서 언급했는데 하롱베이의 밤뱃놀이가 그렇게 좋나?

한마디로 예술이다. 고려가요 '밤뱃놀이'의 가사 하나하나가 바로 이해가 되더라. 정말로 '검은 산이 검은 물'에 떠가더라. 쏟아지는 달빛과 나를 감싸고 돌아가는 보다라운 바람, 달빛에 반사되는 고요한 바다, 그리고 한 잔의 맥주 등등..  상상해봐라.. 아무런 불빛도 소음도 없는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 쏟아지는 달빛 아래에서 한 잔의 술을 마시며 검은 산과 검은 물을 바라보는 그 정경을...


Q: 하노이는 어떤가?

솔직히 하노이는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오토바이가 많은 동남아의 다른 도시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베트남 사람들도 성조가 있어서, 이 사람들의 영어 존내 알아듣기 어렵다. 거의 태국만큼 알아듣기 어렵다. 그나마 가이드는 좀 낫다.


Q: 그런 그렇고...  이번 여행에서도 뭔가 짜릿하고 화끈한 일은 없었나?

뭐 딱히 짜릿하거나 화끈한 일은 없었다. 너네도 잘 알다시피 나는 하늘을 우러러 몇점 부끄럼이 없이 사는 사람아니겠냐? 어디를 가나 사대부 집안 아들로서의 품위와 체통에 충실하고 말이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미노리라는 일본 여인네을 만난게 인상적이었다. 미노리는 이번 학회 때 전시를 한 일본 회사의 여직원 되겠다. 사실 전시를 하다보면 손님이 없을 때 매우 심심하다. 그래서 다른 부스를 돌아다니가 이 미노리를 만나게 됐다. 미노리는 한류때문에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일본 여인네였고, 제법 한국말도 잘했다. 살인미소, 다정다감함, 친절, 공손, 각선미, 미모,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등 도저히 흠하나 잡을 수 없을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여성이었다. 내가 미노리네 회사 부스에 가서 놀다 오고 나서, 다시 미노리가 우리 회사 부스에 오고, 또 뭐 파티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 순간적으로나마 결혼 이후에 내 마음을 흔들리게 했던 최초의 여성되겠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도 불심으로 대동단결하고 사도행전16장31절을 외며 온갖 곤난과 유혹으로부터 내 자신을 지켰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학회 때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앞으로 일본 시장에 대한 공략을 더욱 가속화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Q: 갑자기 웬 일본 시장 공략이냐?

에... 그러니까.... 아시아권에서 일본이 뭐 가장 잘 살고, 그나마 한국 다음으로 인터넷 인프라도 좋고.. 뭐... 그러니까... 원격탐사도 발전돼 있고 그러니까.. 뭐.. 그러니까... 앞으로 일본에 우리 제품을 팔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이야기이지... 뭐 꼭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에.. 그러니까.. 내년 봄에 뭐... 일본에서 있는 일본학회에 꼭 전시를 하겠다든가 뭐 그런 것은 아니고.. 뭐... 그럴 수도 있고.... 업체는 뭐 돈되는 곳에 집중해야 되지 않겠는가 뭐.. 이런 취지에서 한 말로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Q: 진짜냐? 내가 알기로 너 그런 놈이 아닌 걸로 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Q: 베트남 여행시 느낀 점이 있다면?

한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아시아권에서의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영향력이 커 보였다. 중국, 일본, 베트남 애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를 하면 거의 100% 모두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더라.(아니 원격탐사 학회를 왔으면 원격탐사를 이야기해야쥐....) 배용준, 최지우, 겨울연가, 외출, 장동건 등등.. 젠정헐.. 나는 TV에서 절대 드라마를 안보기때문에 뭐 딱히 할 말이 없어지던데.. 여하간 한류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올해 돌아다녔던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거의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으니까 말이다. 어떤 베트남 여성은 내게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이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대답을 해 줬지만... 어쩌면 한류의 열풍은, 미국 TIME이 보도한 바와 같이 '근육을 사용하던 한국이 이제 머리를 사용하기 시작한' 그 출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우리는 과연 아시아와 세계에 어떤 사회적 혹은 지역적 책임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몰려왔다. 즉, 어지간한 아시아권 나라에 한국 상품과 문화가 넘쳐나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상품과 문화를 파는 만큼의 사회적 지역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더라는 것이다.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그들을 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Q: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하던데?

너도 알다시피 베트남 전쟁에 우리나라가 참전해서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죽이고 하지 않았었냐? 사실 거의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던 전쟁이었는데 말이다. 이번에 만난 베트남 사람들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모두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당시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지금은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정말로 한국을 동경하고 좋아하며, 한국처럼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발전하고 싶다고 하더라. 내가 돌아온 11월 12일밤부터 13일 새벽까지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편이 무려 4편이나 되더라. 그 시간대 국제편의 거의 반을 서울로 가는 비행기가 채웠는데, 과연 우리는 그 정도의 다양한 교류를 베트남과 하고 있는 것일까하고 자문을 던지니 조금은 의심스럽더라. 과거에는 군사적 침략자로서 이제는 혹시나 경제적 침략자로서 우리는 베트남을 다가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Q: 이런 이야기도 다 하고, 너 참 멋진 놈이구나.

원래 난 항상 멋졌다. 너네들이 몰라서 그렇지...


Q: 그건 그렇고 회사일을 팽개치고 이렇게 오랫동안 놀러 다녀도 되나?

아씨... 내가 뭘 놀러 다녔나? 너도 4일 내내 하루 종일 서서 영어로 이야기하며 손님 함 맞아봐라.. 그게 사람이 할 짓인지...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디지틀 노마디즘이니 21세기 노마디즘이니 이런 소리 집어치우고, 베트남이나 다녀와라. 그럼 사는게 뭔지 느껴질 거다.


Q: 장시간 고생했다.

너도 똑같은 놈이 두 명인척 하느라 고생했다.


2005년 11월 14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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