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 잠들기 전에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애가 아빠 어린 시절의 재미난 이야기를 졸라 그렇다. 어젯밤에는 내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줬다. 내 어릴 때, 아마도 지금의 내 딸 나이쯤에, 시골 집에 구렁이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우리 집에 오셨던 동네 어르신들이 그 구렁이를 잡아 비료포대에 가둬두셨다. 나중에 뱀장수가 오면 팔아 용돈이라도 하라시면서. 다음 날 비료포대에 구렁이가 없어 할머니께 물으니 할아버지께서 풀어주셨다고 하신다. 할아버지한테 왜 풀어주셨냐고 항의 조로 물으니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생명이라 풀어주셨다고 말씀하셨다. 오늘 딸애가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곤충 한 마리가 학원 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학원 선생님이 곤충에게 살충제를 뿌리자 딸이 선생님께 말했단다. 왜 해도 안 끼치는데 곤충을 죽이냐고.


2017년 11월 2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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