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사물과 현상에 대한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시대를 넘어 긴 울림을 낳는다. 이 책 '회사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제목만 보자면 마치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앞에 선 회사의 미래에 관한 책으로 보인다. 기대와 달리 이 책은 미국발 IT 버블이 터진 직후인 200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것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일본과 세계 경제 상황이 지금과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책은 15년의 세월을 넘어 (법인)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한 좋은 통찰을 제공한다. 


MIT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동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딱 한 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회사를 주주의 것으로 간주하는 미국식 주주주권론은 포스트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결코 글로벌한 표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은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를 지나 포스트 산업자본주의 시대다. 포스트 산업자본주의는 글로벌화, IT혁명, 금융혁명을 그 특징으로 한다. 포스트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표준화를 통해 시장, 자원, 자본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과거와 달리 필요 자본을 쉽게 조달하고 표준화된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생산기지를 옮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포스트 산업자본주의란 모든 것이 표준화되는 경향 속에서 이익의 원천이 되는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는 모순적 자본주의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거대자본과 대규모 유형적 자산은 이익의 원천이 되는 '차이'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며 그 중요도가 약화된다. 반면, 브랜드, 기획력, 기술, 노하우 같은 무형적 자산이 상품과 서비스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내며 이익의 원천이 되기 시작한다. 결국, 포스트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의 원천이 되는 주주보다는 핵심 역량(무형적 자산)을 체득하고 실현하는 종업원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회사공동체로서 법인실재설을 뒷받침하게 된다. 


저자는 법인 회사의 본질적 특성, 거버넌스 구조, 법인 실체 논쟁, 자본주의 역사를 검토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일본 상법과 일본 기업의 역사에 관한 설명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어 내용이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한국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들이다. 저자는 법인의 이중소유관계(주주가 법인을 소유하며 법인은 자산을 소유하는)와 법인이 사물이자 사람으로 동시에 취급되는 이중성을 기본 분석틀로 삼고 있다. 추상적 주제의 책이지만 현실 경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와 이슈 또한 잘 다루고 있다. 회사와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수작이다. 


아, 그래서 앞으로 회사는 어떤 모습일 거냐고? 저자는 포스트 산업자본시대에도 회사라는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포스트 산업자본시대의 회사란 전문 경영자와 과학 기술자, 숙련 노동자와 같은 지식지향적인 종업원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일터 제공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15년 전의 이 예측이 최근의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회사들의 모습과 어째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회사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와이 가쓰히토 (지은이) | 김영철 (옮긴이) | 일빛 |


2018년 3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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