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서 차별화는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즉, 비스니스 세계에서 비슷하면 죽는 거다. 이 책은 이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차별화'를 현 시장 상황 -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제품, 기술, 브랜드가 쏟아지는 풍요의 상황 - 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차별화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혁신적인 차별화를 달성한 사례들을 통해 높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선 차별화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오히려 경쟁 제품들 간의 동질화를 낳는 역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전통적인 방식 - 포지셔닝 맵이니 고객 인터뷰, 마케팅 조사 같은 - 이 아닌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룬 사례를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그리고 적대 브랜드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혁신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생각의 틀을 가져야 하는지에 설명하고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차별화 노력의 역설 - 차별화를 위해 경쟁할 수록 더 닮아간다는.. - 은 자신의 약점에 더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여 제한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비용효율적임에도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남과 항상 비교하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 더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결국 남들과 차별성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 이종적 동종(Heterogeneous homogeneity)이라는 역설로 귀결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차별화는 곧 무언가의 포기 - 아마도 약한 것을 포기하는 게 맞을 거다. - 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는 그러한 포기 자체가 매우 쉽지 않은 선택이 되고 만다. 수 많은 고객 인터뷰 자료와 시장 조사 자료를 통해 당신의 제품이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계속 언급되고 있다면, 이러한 자료를 과감하게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선택하여 가기가 어디 그리 만만하겠는가? 저자는 이런 모습을 서로 다른 철새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도 결국은 한 형태를 이뤄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차별화를 달성한 사례들이 있다. 저자는 이렇게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룬 사례를 각각 역 브랜드(reverse positioned brand), 일탈 브랜드(breakaway brand), 그리고 적대 브랜드(hostile brand)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역 브랜드란 과잉 만족의 시대에 부수적인 가치를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만족을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즉,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브랜드다. 대표 사례로는 구글, 젯블루, 이케아, 인앤아웃버거 등이 꼽힌다. 구글이야, 야후나 다른 포털들이 첫 화면에 날씨, 뉴스, 증권 등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서 서비스하고 있을 때, 달랑 검색창 하나 있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으며, 이케아는 아는 바와 같이 소비자가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게 함으로써 독특한 만족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일탈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 속으로 신제품을 집어 넣어버린 것들이다. 카테고리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인지나 심리를 변화시킨 경우가 되겠다. 기저귀를 팬티의 카테고리에 넣어버린 킴벌리의 팬티형 기저귀, 서커스를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넣어 버린 태양의 서커스 그리고 부족한 기능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버린 소니의 아이보 장난감 애완견 로봇 등이 이런 일탈 브랜드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적대 브랜드란 한마디로 소비자를 극단적으로 차별하는 브랜드가 되겠다. 쉽게 말해 싫으면 그냥 떠나세요를 외치는 브랜드가 되겠다. 레드불, 마마이트, 홀리스터, 베이딩 에이프와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인 적대 브랜드로 거론되고 있다. 


저자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위와 같이 세 가지 방식으로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저런 구별이 꼭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이 가능한 것이 아님도 역시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위 세 가지 차별화 전략을 적절하게 섞어서 활용한 대표적인 회사로 애플을 거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차별화를 달성하기 위한 혁신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우선, '확장'이 아닌 '제거'를 제안한다. 둘째, '통합'이 아닌 '분열'을 제안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형Transformation'을 통한 혁신을 제안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혁신 방법 세 가지 모두 저자가 분석한 역 브랜드, 적대 브랜드, 그리고 일탈 브랜드로부터 얻은 교훈을 간략하게 명제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은 쉽게 읽히며 설명 방식도 꽤나 직관적이다. 어떤 구체적인 지침이나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차별화'에 대한 여러 생각이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정량적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비즈니스 교육에 대비해 어떤 직관 혹은 정성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차별화'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 




디퍼런트 Different,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살림Biz, 2011. 


2013년 1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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