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상암에서 본 서울 대 수원 경기 후기입니다.

0. 우선 수원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정말 목이 쉴 정도로 열심히 서울을 응원했습니다만 서울이 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오늘 경기는 정말 재미있고 아름다웠습니다.

1. 원정경기임에도 역시 그랑의 동원력과 조직력은 대단했습니다. 수호신보다 더 많은 수가 S석에 모여서 아주 일사분란하게 응원을 하시더군요.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전반 16분에 히카르도에게 오물을 투척한 것만 빼면요.

2. 정말 오랫만에 축구의 묘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명승부였습니다. 누가 K리그가 재미없다고 하면 정말 이런 경기 한 번 보고서 그런말 하라고 하고 싶어지더군요.  말그대로 한여름밤의 축제였습니다. 제 어림으로는 한 3만3천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온 것 같더군요.

3. 전반에는 서울의 우세였습니다. 수원의 미들진이 그리 나쁜 구성이 아니었음에도 미들진 싸움에서 서울에 밀리더군요. 이을룡선수는 역시 제 이름값을 하더군요. 넓은 시야와 공간 패스로 하카르도 선수와 함께 미들진을 거의 장악을 하더군요. 수원은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의 조직력이 완전히 갖춰지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선수 사이의 호흡이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이구요.

4. 전반에 수원은 사실 이렇다할 위협적인 슛 한 번 때려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최전방의 올리베라가 너무 고립되고 외로워보이더군요. 올리베라에게 투입되는 패스도 별로 없었구요.

5. 후반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수원의 10번 실바 이 선수 정말 물건이더군요. 외모는 거의 타이슨이고, 몸빵도 좋고 순간 점프력도 좋구요, 볼키핑력과 개인기 또한 죽이더군요. 앞으로 수원 공격의 핵으로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수원의 선제골을 잡아내더군요.

6. 서울의 10번 박주영선수가 이제 서서히 다시 제 감각을 찾아가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몸빵에서는 역시 많이 밀리지만, 그래도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감각이 예전의 모습같아 보이더군요. 그나저나 히카르도의 패싱능력은 정말 덜덜덜이더군요. 서울의 2골 모두 이 선수의 발끝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이 전반기와 달라진 점은, 우선 롱패스와 좌우 사이드 공격에 많이 의존하던 공격 형태가 원투 패스에 이은 공간 침투 형태로 많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서울의 패싱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 아마도 요사이 서울의 좋은 성적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7. 경기 운영도 꽤나 깔끔했습니다. 심판들이 너무 휘슬을 자주 분다는 불만을 들었는지 생각보다 어지간한 반칙은 반칙으로 불지도 않고 그냥 경기를 진행시키더군요. 그래서 경기의 템포도 빨라지고 좋았습니다.

8. 옆에서 경기보시며 좋아하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K리그의 희망을 보지 않았나 싶은 밤이었습니다.

9. 아, 근데 맨날 K리그 살리자던 공중파는 왜 이런 경기를 중계 안하는 겁니까?

2006년 8월 12일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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