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초에 10명이라는 대식구를 이끌고 런던, 파리 구간을 유로스타로 왕복해야 하는데, 이번에 예약을 해 보니 유로스타 예약에 한국 철도와는 다른 좀 독특한 면이 있었다. 


2. 일단 승객이 10명 이상이면 요청한 시간대에 맞춰 예약이 가능한 정보를 이메일로 주고서는 전화를 하라고 한다. 10명 이상이면 진짜로 전화해야 예약할 수 있다. 물론 10명 미만으로 쪼개서 개별적으로 예약할 수도 있겠지만, 그룹 티켓이 개인티켓보다 더 싸다. 


3. 그룹 티켓은 식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Group Standard Class(일반 클래스)와 가벼운 식사가 포함되어 있는 Group Standard Premier Class(프리미어 클래스)로 구분된다. 당연하게도 최초 견적가는 앞 등급의 기차표가 더 싸다. 


4. 그런데 만약 원하는 시간대에 좌석이 많이 없을 경우 재밌는 현상이 발생한다. 돈을 좀 아끼려고 일반 클래스 왕복을 선택했는데, 이게 오히려 프리미어 클래스로 왕복하거나 혹은 두 클래스를 섞어서 왕복하는 경우보다 더 비싸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방금도 일반 클래스만으로 왕복하겠다고 했더니 그것보다는 프리미어로 왕복하거나 혹은 등급을 섞어서 왕복할 경우 가격이 더 싸질 수 있다며 한참을 알아봐서 다른 대안을 제시해 준다. 결국 갈 때는 일반 클래스로, 돌아올 때는 프리미어 클래스로 오는데도 일반 클래스 왕복보다 더 싼 가격으로 예약했다. 


5. 상담사는 계속 고객에게 혜택(Beneficial)이 가는 거라고 했지만 살짝만 돌아서 생각해 보면 이건 항공업계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채택한 전형적인 수익경영의 한 방식이다. 이게 뭐냐면, 좌석이 없어짐에 따라 기차표값은 계속 오르게 가격이 설계되어 있지만, 막상 출발할 때 단 한 석이라도 비어서 가는 경우보다는 단 몇푼이라도 받고 사람 꽉꽉 채워서 가는 게 더 낫다는 경영방식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적정한 시간에 맞춰서 특정한 비율에 따라 계속 좌석이 채워지기를 아마도 유로스타 측은 선호하고 있을 것이다. 


6. 이런 호텔, 항공, 철도, 여행 업계의 수익경영방식을 역으로 이용해서 돈을 버는 애들이 아마도 Priceline 같은 애들이 아니겠는가 싶고.. 


7. 그나저나 신용카드번호와 주소를 전화를 통해 불러달라고 요청 받기는 참 오랜만... 10명 이상의 그룹은 전산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아직 쉽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제안을 던지며 고객을 다른 시간대로 유인하는데는 아직 사람이 나은 것인가? 뭐 이런저런 생각들..


2013년 11월 2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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