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캐럴 로스(지음). 유정식(옮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사가 되기 위해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업'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어떤 자격 시험도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사업을 벌이고 또 90% 이상이 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 당신이 사업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물으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창업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이다. 저자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당신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소위 '을'이 되겠다는 자기 선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사장이 되었다고 자신의 신분이 갑자기 '갑'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장이 되면, 고객도 당신의 갑이 되고 직원도 당신의 갑이 되며 은행과 투자자도 갑이 되며 심지어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한 가족도 당신의 갑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장이 되면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나 착각에 대해서도 저자는 매몰차게 지적한다.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을만한 책이다. 자신의 성정이 과연 사업에 적합한지 현재의 월급쟁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사업을 할 때 기회비용은 어떨지 타이밍은 적절한지 실천력은 있는지 등을 곰곰히 따져볼 수 있다. 

 

2.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데이비드 재럿(지음). 김율희(옮김)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노인 의학 전문의로 40년 가까이 일한 저자의 삶과 죽음에 관한 33편의 에세이다. 의사로서 자식으로서 친구로서 맞이했던 다양한 삶과 죽음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성찰적인 시각으로 적어 놨다. 영국 의료시스템의 변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 안타까움이 함께 밟힌다. 한국도 그닥 다르지 않을 게다. 저자는 연명치료에 대해 꽤나 부정적이다.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말기 환자의 웰빙이나 생명에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나 의사 가족들이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는데 반해 일반 환자에게는 연명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의료 시스템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저자는 미리 자신의 진료 방향과 원칙을 정해 놓는 생전진술서나 생전유언장 등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누군가가 쇠약해지며 사라져간다는 건 언제나 슬픈일이다. 하지만, 치료할 수 있다고 치료한다고 품위와 우아함을 유지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21세기에는 이제 공개적으로 '죽음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죽음에 관한 집단 기억 상실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자고. 일찍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록 현생의 삶이 더 아름답고 보람될 수 있다는 서울의대 모 명예교수의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3.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지음)

한국 최초의 전문 진화심리학자가 쓴 진화심리학 관련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오래된 연장통'은 인간의 심리기제가 잘 설계된 그 무엇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그때그때 적응에 따라 땜빵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은 독립된 33개의 주제별 글로 구성되어 있다. 진화론 관점에서 종교, 예술, 음악, 스포츠, 정치, 복지, 도덕 등등 심리와 문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 맛이 쏠쏠하다. 이런 글을 통해 진화심리락이 무엇인지 전체적인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책 말미에는 본격적인 관련 분야 공부를 위한 책도 추천하고 있다. 

 

4. 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지음). 신소영(옮김)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부와 관련해 인도, 서행차선, 그리고 추월차선의 3가지 길 중 하나를 타고 있다. 인도는 가난, 서행차선은 평범한 삶, 추월차선은 부라는 목적지를 향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부의 추월차선을 타고 어떻게 하면 더 젊고 더 빠른 시간에 부를 움켜쥘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통적 부자론에 꽤나 냉소적이다. 아껴 쓰고, 저축을 많이 하고, 주식에 투자하고, 퇴직연금과 IRP를 통해 노후대책을 세우는 식의 전통적 부자론 말이다. 저자는 부란 3F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한다.  부의 3요소는 가족(Family), 신체(Fitness), 자유(Freedom)를 말한다. 3F가 충족될 때 진정한 부, 즉,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의 추월차선을 탈 수 있는가? 저자는 생산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생산자란 기업가, 혁신가, 예지자, 그리고 창조자를 의미하며, 이들은 개인적 헌신과 시간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무제한의 부를 재창출할 수 있는 이들이다. 추월차선에서는 수요(Needs), 진입(Entry), 통제(Control), 규모(Scale), 시간(Time)의 계명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 수요란 가치제안, 진입은 경쟁강도, 통제는 이윤율, 규모는 사업의 확장, 시간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의미한다.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사업에서 우월함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규모 있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어렵게 썼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실천하면 서행차선에 비해 조금 더 고생하는데 반해 그 결과는 창대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 

 

5. 죽은 자들이 알려주고 싶어 하는 10가지. 마이크 둘리(지음). 장은재(옮김)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이란 그저 영원에서 잠시 정글로 내려온 순간이라는 관점의 책이다. 영성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옅다. 오히려 종교에 꽤나 부정적인 입장이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심판이나 지옥 같은 개념이 오히려 삶과 죽음에 관해 잘못된 진실을 전달하기 때문.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그건 우리가 태어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읽다가 몇 번이고 책을 던져버릴까 싶었지만 신비주의자, 유심론자가 죽음에 관해 어떤 소리를 하는지 알고 싶어 쭉 읽었다. 결론적으로 남아도는 게 시간이 아니라면 딱히 손에 잡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니다. 

 

6. 지적도의 비밀. 전종철(지음)

토지 분석의 기초 서적으로 볼 수 있다. 토지 분석과 관련된 지적제도와 등기제도, 토지대장과 지적도, 임야대장과 임야도, 용도지역지구구역 정보를 제공하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기부등본 등에 관해 다룬다. 지적도나 임야도가 토지의 현재 모습을 표시한 것이라면, 토지이용계획확인서의 용도지역지구 정보는 토지의 변화 방향과 미래를 담고 있다. 저자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와 용도지역지구 정보를 중심으로 토지를 분석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건폐율, 용적율, 층고, 건축물 용도와 같이 토지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실제 지형도면과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통해 토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투자 포인트와 유의점 등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7. 무엇이 웰다잉의 삶인가.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지음)

생노병사 중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죽음 뿐이다. 내가 원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깨어나 보니 태어나 있었으며,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나는 늙고 병든다. 하지만, 죽음만은 많은 경우 내 의지로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다. 자살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책의 제목과 부제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무리 사례연구'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좋은 죽음' 즉 웰다잉을 다룬다. 책의 전반부는 웰다잉과 관련한 연구 프레임워크와 관련 연구를 다루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무엇이 웰다잉인지에 대해 묻고 답하고 있다. 웰다잉이란 무엇일까? 웰다잉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죽는 순간에 집중하기 쉽다. 영국에서는 자신이 익숙한 장소에서,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의 존엄을 지킨 채, 고통 없이 죽는 죽음을 웰다잉으로 보고, 우리 한국에서는 '구구팔팔이삼사(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일 아프다 죽는 죽음)'를 웰다잉으로 보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웰다잉은 죽는 순간을 포함해 죽음의 방식, 삶의 가치와 의미를 모두 포괄한다. 즉, 죽음이라는 삶의 절정은 결국 살아 있을 때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사례를 통해 웰다잉의 몇몇 교훈을 도출한다. 죽음을 수용하고 이를 잘 준비하며, 죽을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자식이나 주변에 손을 벌리지 않게 경제적 독립을 달성하고, 주변과 좋은 관계를 가지며, 항상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긍정적 자세를 가진 이들이 대체로 좋은 죽음, 즉 웰다잉을 맞이했다. 결국 좋은 죽음이란 삶의 의미와 그 가치를 찾아가는 가장 마지막 여정임을 강조한다. 죽음에 대해 미리부터 고민하고 준비할 때 우리 삶이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 이유다. 

 

8. 커피 얼룩의 비밀 : 흐리고, 터지고, 휘몰아치는 음료 속 유체역학의 신비. 송현수(지음)

책 제목 그대로 생활 속의 여러 현상을 저자의 전공인 유체역학을 통해 설명하는 생활과학서이다. 보통 이런 책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쓰기 마련인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커피, 맥주, 와인, 샴페인 등 성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제법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의 현상을 유체역할을 통해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흥미롭기는 하나 조금은 저자가 오버하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9. 하루 1% - 변화의 시작, 변화와 혁신의 심리학. 이민규(지음)

심리학자가 쓴 일종의 자기 혁신 책이다. 변화란 거창한 선언과 결심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쌓이고 쌓여 이뤄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하되 빠르게 움직여라'로 요약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식의 책은 아니다. 심리학 법칙을 활용해 귀찮고 게으르기 쉬운 마음을 다잡고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 방침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데드라인 정하기, 목표를 정하고 로드맵 그리기, 역산을 통해 현재 선택하기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변화와 자기혁신의 지렛대 15가지는 아래와 같다. 쉽고 빠르게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 같고 또 이런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많이들 자기 변화에 실패하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희망은 다시 도전에 있다. 실제로 이런 시도를 한 번이라도 더 한 사람이 자기 변화와 혁신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01. 자기규정 - 자기 자신을 새롭게 규정하라. 
02. 이유찾기 -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라.
03. 인생목표 -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그려보라. 
04. 목적의식 - 목표에서 생각의 끈을 놓지 마라. 
05. 역산계획 - 미래를 기점으로 현재를 선택하라. 
06. 파생효과 -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파생효과를 찾아보라. 
07. 목표분할 - 잘게 쪼개서 작게 시작하라. 
08. 즉시실천 - 결심했으면 즉시 실행하라. 
09. 실험정신 - 실패를 각오하고, 실험정신으로 도전하라. 
10. 백업플랜 - 돌발 상황을 예상하고 플랜B를 마련하라. 
11. 상황통제 - 의지력을 시험하지 말고, 상황의 힘을 역이용하라. 
12. 공개선언 - 은밀하게 결심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라. 
13. 데드라인 - 마감 시한을 앞당겨 데드라인을 재설정하라. 
14. 한계돌파 - 임계점을 가정하고 한계돌파를 시도하라. 
15. 자기격려 - 미래로 가서 현재의 자신을 격려하라.  

 

 

10. 나는 더 이상 호구로 살지 않기로 했다. 스티브 챈들러(지음). 장한라(옮김)

삶의 희생자가 아닌 주인공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권하는 자기계발서다. 다른 관점에서 세상과 현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배려하며 타인의 성장을 도우며 , 낙관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살라고 가르친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인데, 호구가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우리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자신의 삶과 태도를 돌아보곤 한다. 자기객관화를 시도하고 삶의 방향과 자세를 바꾸려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계발서는 삶의 코치 역할을 한다.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도 개인 골프 코치가 있고, 세계1위 수영선수에게도 코치가 있듯 평범한 우리네에게도 당연히 삶의 코치가 필요하다. 비싸고 뛰어난 전문 라이프 코치를 두기 어렵기에 우리는 성경과 불경을 읽으며 교회와 절을 찾고 또 이렇게 책을 읽는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는 언제나 아름답다. 

 

2024년 3월 1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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