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어떤 연구사업 예산과 계획서를 봤다. 민간기업은 상상도 못할 금액을 정부로부터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던데 도대체 그 성과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몇 년간 제대로된 성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아, 물론 논문이니 특허니 소위 계량적 지표는 모두 만족시키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놓은 적이 없다. 대부분의 예산은 내부 인건비와 오버헤드로 소진되고 중소기업에게 적은 돈으로 대부분의 연구를 떠맡기는 느낌이었다. 발표 자료나 계획서는 아름답다 못해 화려하다. 별내용 없는 자료들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부여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연구도 끝나면 논문 많이 쓴 어떤이는 교수로 자리를 옮길 것이고 성과물들은 다시금 두꺼운 보고서에 갖힌 채 캐비넷에서 영면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 속에 말이다.


이게 R&D 관리시스템의 문제겠구나 싶었다. 다만, 이런 말도 안되는 시스템 속에서도 성과를 묵묵히 내는 연구팀이 있는가하면 부실한 연구 성과를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팀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R&D 관련해 중간에서 소위 지대를 챙기는 조직이 너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일은 1명이 하는데 관리자는 4~5명은 되는 느낌이랄까?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에 더 많은 지원이 직접적으로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3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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