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아내며 운다. 달이가 죽었다.

달이는 딸애가 1학년 때 분양 받아 온 햄스터다. 3년 조금 못 되는 동안 귀여운 짓 많이 하며 사랑을 많이 받았다. 나이가 찼는지 작년 늦가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달이는 오늘 낮에 먹이통에 코를 박은 채 쓰러져 있었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몸이 차가웠다. 아내가 몸을 양말로 싸고 전기장판으로 따뜻하게 해 주니 조금 정신을 차렸지만 이내 상태가 다시 나빠졌다. 주기적으로 경련이 오더니 마지막으로 애와 인사하고 숨이 끊겼다.

작은 종이 상자를 준비해 달이와 예쁜 종이들을 함께 넣어줬다. 달이를 묻어주러 나가려니 처음에는 안 가겠다던 애가 눈물을 훔치며 따라나온다. 애 뜻을 따라 달이를 잘 묻어줬다. 돌아와서도 한참을 울던 애는 조금 안정된 듯하다. 저녁을 먹던 딸애가 갑자기 요시타게 신스케의 '이게 정말 천국일까?'를 들고와 달이 이야기를 꺼낸다. 달이는 유령센터에 있을까 환생센터에 있을까 아니면 천국에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오늘 일기에 달이에 대해서만 4페이지 넘게 썼다고 한다. 일부러 잊으려 하지 말고 달이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순간과 기억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보라고 격려했다. 더불어 모든 것은 왔다 가고 아빠도 엄마도 예외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러니 그 순간만이라도 잘 지내야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건조한 말이다.

2019년 1월 2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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