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21세기 최고 교양 과학서로 꼽을 만한 명저다. 인상적이다 못해 강렬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이론물리학자인 숀 캐롤 교수는 현대 과학의 최신 성과와 방법론을 이용해 우주, 시간, 양자세계, 생명, 복잡성, 종교, 의식, 자유의지, 인식론 등에 관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숀 캐롤 교수는 자신이 창안한 '시적 자연주의(Poetic Naturalism)'라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의 '빅 픽쳐(Big Picture)'를 종교나 신화가 아니라 과학으로 이야기하는 셈. 


이 책에는 과학적 철퇴로 가득하다. 우주를 지구 크기로 보자면 인간이란 존재는 지구의 원자보다 작다. 인간을 위해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신이고 영혼이고 사후세계고 초능력이고 다 헛것이다. 우리 일상의 삶은 몇 개의 기본입자(업쿼크, 다운쿼크 같은)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된다.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곳은 블랙홀이나 암흑물질 정도일 뿐 우리네 삶은 해당 없다. 인간의 의식이나 자유의지 같은 관념도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의 법칙을 벗어난 비물질적 현상이란 현재까지의 과학적 신뢰성으로 미뤄봤을 때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확고한 입장이다. 


소주제별로 4~6쪽에 걸쳐 설명하는데 그 내용의 밀도와 깊이가 만만치 않다.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역사, 철학, 생물학과 인공지능을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풍부함에는 감탄보다는 질투가 날 지경이다. 여러 주제와 관련한 과학적 논쟁과 사례 등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이론물리학자가 이런 수준의 책을 쓸 수 있는 지적풍토가 부럽다. 


책은 소주제로 이뤄진 50개의 장(Chapter)으로 이뤄져 있다.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생물학, 철학, 역사학, 인식론 등을 넘나드는 책이라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들이 많고 배경 지식이 부족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 많다. 그런 탓인지 2016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아직 한국어 번역판이 없다. 번역되어 나온다면 교양 과학서로 이 사회에서 많이들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책 제목대로다. 요즘 삶의 의미와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 


2019년 3월 2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