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겨우 잠들었다. 시차 때문에 이른 저녁에 잠들었는데 이빨이 죽을 것같이 아프다며 한밤중에 깨서는 계속 울어댔다. 잘 울지 않는 애인데 이렇게까지 울 정도면 정말 많이 아픈 거다.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먹였지만 차도가 없는지 계속 아프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하는 애에게 차라리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라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더니 '아픈 곳이 이제 얼어버렸네'라며 특유의 우스갯소리를 하고서는 푹 쓰러져 다시 잠이 들었다.

미국 여행 마지막 날부터 애가 이빨이 아프다고 해서 어제 치과를 갔더니 어금니가 살을 찢으며 나오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감기도 걸려서 가정의학과에도 다녀왔는데 다행히 독감은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 중 아픈 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다. 이번 여행 마치기 며칠 전에 애가 이렇게 아프기 시작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아, 사실 나도 이번 여행 초반에 아팠다. 미국 가자마자 저녁에 애랑 호텔 수영장에서 놀다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왼쪽 갈비뼈가 너무 아픈 거다. 숨 쉴 때마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몰려오고. 갈비뼈가 다쳤나 싶어 막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담 들렸네.' 맞다! 추운 저녁에 수영장 들어갔다 자쿠지 들어갔다 막 돌아다녔으니 근육이 놀랄 만도 했던 것. 한국인의 상비약 신신파스를 붙이고 하루 이틀 조심하며 지냈더니 바로 나았다.

영국이나 유럽을 여행하다 아프면 그리 걱정 안 하다가 미국에서 아프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건 참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낯선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공포인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7년 전 몽골에서 말 타다 떨어져 울란바토르 국립병원 응급실에 갔던 경험도 있는데 미국 의료시스템을 걱정하는 건 에러 같기도 하다. 그때 몽골 가이드랑 시합하느라 말을 너무 빨리 몰기는 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흡스굴 가면 조신하게 타야지. #기승전흡스굴

2019년 4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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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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