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마른하늘에 벼락처럼 갑자기 신내림 하는 그런 신비로운 게 아니다. 엔지니어가 인문학책을 읽고 예술 작품을 몇 번 접한다고 없던 창의성이 생기지도 않는다. 모차르트나 폴 매카트니, 그리고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에 관한 여러 신화는 거짓이거나 혹은 앞뒤가 잘린 채 대중들에게 전달되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모습은 가짜 문헌에 근거한 것이다. 모차르트가 4살 때 첫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3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강압적으로 음악을 배웠던 모차르트가 자신만의 첫 작품을 썼을 때는 음악을 배우고서 14년이 지난 17살 때였다. 11살 때 첫 작품을 쓴 기록이 있으나 그건 다른 작품의 편곡에 가까웠다. 

꿈속에서 천상의 음률을 듣고 한 번에 작곡했다는 폴 매카트니의 에스터데이 또한 천재 신화가 사실을 가리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폴 매카트니가 꿈속에서 들었던 것은 화음 진행이었으며 여기에 선율을 다듬고 가사를 바꿔 붙이며 거의 20개월을 보냈다. 첫 제목은 스크램블 에그(Scrambled Egg)였고 가사는 "오, 내 사랑, 네 다리는 너무 사랑스러워."로 시작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한부모 가정으로 살던 가난한 여인이 기차 안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떠올라 소설로 썼더니 대박이 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표면을 뚫고 솟구치는 '통찰의 섬광'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조앤 롤링이 어려서부터 거의 병적으로 소설책이라는 소설책은 다 읽어댔다든가 그가 해리포터 이야기 제1권 1장을 위해 15가지의 변종을 썼다든가 소설을 구상한 뒤 실제 출판되기까지 거의 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든가 하는 이야기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다. 그녀는 번개를 맞은 적이 없고 창작의 로또에 당첨된 적도 없다. 그저 읽고 계획을 짜고 쓰는 데 몇 해를 보냈고 그 결과물이 해리포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창의성이란 덕후처럼 관련 콘텐츠를 꾸역꾸역 섭취하고 끝없는 연습을 통해서만 발현한다. 대학 졸업 때까지 그림 한 장 안 그리다 화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13년 동안 매일 자신의 그림이나 스케치를 인터넷에 올려 유명 화가가 된 조너선 하디스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도 언급되지만 저자는 '목적 있는 연습'이 시간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런 '목적 있는 끊임없는 연습'은 뇌의 구조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 뇌의 특정 분야 신경망이 더 촘촘하게 연결되며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뇌의 구조가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이런 섭취와 노력을 통해 창작된 작품들은 모두 성공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친숙함과 색다름이라는 두 이질적 요소가 이상적인 배합을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 너무 친숙하면 질리고 너무 낯설면 거부하는 인간의 본성 탓이다.(책에서는 각종 뇌과학과 심리학 실험 결과를 들이대며 설명하지만) 저자는 친숙함과 선호도에 관한 관계를 정규분포곡선으로 그려놓고 이를 크리에이티브 곡선(Creative Curve)이라 부른 뒤 각 단계별 성공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성공한 작품들은 신선하고 낯설면서도 당시의 기술과 규범을 따르고, 작품의 매력을 판단하는 평론가나 관련 그룹의 지지를 받으며, 작가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더불어 대중과 시대상을 떠나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에스터데이나 해리포터가 중세시대에 나왔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저자가 앞서 출판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와 차별화 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인 듯하나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노력 없는 성공이란 없다는 단순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한국어판 책 제목이 원저의 내용이나 제목과 달라 아쉽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 전 세계가 열광한 빅히트 아이디어의 비밀, 앨런 가넷 (지은이),이경남 (옮긴이)알에이치코리아(RHK) 원저 : The Creative Curve: How to Develop the Right Idea, at the Right Time (2018년)

2019년 5월 24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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