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는 대략 서울에서 대구 정도 거리다. 자동차 끌고 한 세 시간 반 걸린다. 양국 국경을 통과하는 도로는 편도 1차로지만 잘 정비되어 있어 운전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운전자들도 교통 법규 잘 지키고 양보 잘해 주며 교통표지판의 지시도 일관성이 있다. 미국 서부에서 운전할 때보다 훨씬 맘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프라하에서 빈까지 길을 달리다 보면 중동부 유럽의 전원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적당히 낮게 둥글둥글한 능선들, 그 사이의 높다란 나무숲 길, 좌우로 펼쳐진 옥수수와 해바라기밭, 밭에 뒹굴고 있는 호박들. 그 와중에 가끔 양떼를 보면 잉글랜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집과 마을들은 깔끔하고 잘 손질되어 있다. 어떤 집들은 너무 예쁘게 잘 가꿔져 있어 여기 사는 주민들의 직업은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트랙터가 몇 번이나 도로를 막고 달리는 걸 보면 역시나 농업이 대다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겠다 싶기도 했다. 

 

오픈소스 프로그래머들인 체코 친구 두 명도 모두 시골에 살고 있다. 그중 소속이 영국 회사 직원인 한 친구는 주민 1,000명 정도 되는 작은 고장에 살며 원격 근무로 일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사는 한 친구도 주민 수가 30명이 안 되는 깡촌에 산다며 자랑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유럽 시골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프로그래머들이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한국의 프로그래머들은? 이제 원격근무를 활성화하니 모두 서울의 합사에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일한다. 고객들이 지방으로 이사 갔으니 서울에서 일하는 게 원격근무는 원격근무.

 

2019년 9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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