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하고 장례식장에서 저녁을 먹는데 딸애가 묻는다.

여기 있는 종이컵은 분해하는 데 500년이 걸리며 저기 있는 일회용 접시는 분해하는 데 600년이 걸린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왜 장례식장에는 온통 일회용품 뿐이냐고. 장례식에서 사용된 물품은 재사용하지 않고 모두 태우는 우리나라 전통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면서도 뭔가 죄짓다 들켜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앞으로 장례식장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거라고 아내가 알려준다. 돌아보면 일회용품 따위는 있지도 않았던 내 어린 시절에는 장례식장에서 모두 쇠로 된 식기를 사용했고 당연히 버리지도 않았다. 인도 갠지스강 강가에서 시체를 불태운 뒤 이를 강에 흘려보내는 풍습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측과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측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이 또 묻는다. 장례식장이면 죽은 이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자리인데 왜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하냐고. 유족을 위로하려고 일부러 더 그러는 경우가 있으며 우리나라 서남부 도서 지방에서는 상을 당하면 장구와 북을 치고 놀며 즐겁게 장례를 치른다고도 알려주었다. 이제 남은 산 사람은 남은대로 살아야 하니까.

올해 유난히 부고가 많다. 그 나이대인가 싶다.

2019년 12월 3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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