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창익은 그의 책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에서 죽음에 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다. "인간은 죽음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한다. 즉 우리는 다른 존재의 몸을 먹어 우리의 몸을 만든다. 더 이상 죽음을 먹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스스로 죽음이 되어 세상의 먹이가 된다."

 

2.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자들은 짧게는 수백만년에서 길게는 수십억 년 동안 고단한 핵융합을 하다 마지막에 대폭발을 일으킨 거대 항성들의 유산이다. 이 원자들은 이미 몇 개의 별을 거쳤으며, 우리 몸에 들어오기 전 수백만의 생명체와 삶과 죽음을 함께 했다. 생명이 수명을 다 하더라도 원자들은 윤회하고 사실상 영생한다. 죽음이 우리 삶을 예비했던 것.

 

3. 리 스몰린의 우주적 자연 선택설(Cosmological Natural Selection)에 따르면 블랙홀은 죽음의 공간이 아니다. 블랙홀은 다른 차원에 새로운 우주를 재생산하고 우주적 변이를 만들어내는 탄생의 공간이다. 블랙홀은 현 우주의 빛과 물질을 끌어들여 자식 우주에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간다.

 

4.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인 친구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통화라기 보다는 혼잣말이다. 친구가 말을 알아듣는지 어떤지 알 길도 없고 그냥 전화 붙잡고 지껄였다. 함께 뛰어놀았던 그 시절이 즐거웠고 행복했노라고. 이제 쉬어도 된다고. 장기기증서약을 했던 그 친구의 장기는 누군가에게 이식되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고, 선산에 묻힐 육신은 다른 생명의 먹이가 될 것이다.

 

5. 담담하려 애써도 쉽지 않은 밤이다. 조상현 선생의 사철가나 들어야겠다.

 

2020년 12월 2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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