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한 친구 소식

낙서장 2021. 10. 1. 10:14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전해 들었다. 출가한 지 벌써 10년이 넘든다고 한다. 대학 시절 같은 기숙사에 살며 소주 놓고 삶과 사회에 대해 날 새며 이야기하다 직접 체험하자며 새벽에 봉천동 인력시장 같이 갔던 친구다.

 

그때부터 다르긴 달랐다. 삶과 세상에 의문이 많았고 내가 성마르게 주장하던 민중의 삶에 대해서도 딱히 깊은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졸업하고 유명 항공사에 취직해 직장 생활 시작했다는 소식과 그후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연이어 들었지만 얼굴 못 본 지는 거의 20년이 넘는다.

 

승복 입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인터넷에서 접하니 여러 생각이 든다. 나이 쉰 즈음의 풍경이랄까.

 

누구는 이제 스님이 되었고 누구는 목사가 되었고 누구는 이혼하고 누구는 재혼했으며 누구는 기러기 아빠이고 누구는 학자로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누구는 큰 돈을 벌고 있다. 누구는 벌써 세상을 떠났고 누구는 아픈 아내 때문에 일생의 꿈을 접고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고만고만했던 20대 초반,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믿음이 많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삶이란 그냥 주사위 던지기와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는 재수 없어 1이 6번 연속 나오고 누군가는 재수 좋아 6이 6번 연속 나오는 것 같은. 다들 지금 자리에서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의 언급처럼, 노력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될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

 

2021년 10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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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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