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앞의 이 공이 보라색이잖아. 근데, 모든 사람이 이 보라색을 같은 색으로 느끼는 걸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이 보라색 공을 내 머릿속에서는 노랗게 여기고 아빠 머릿속에서는 빨갛게 느끼는 거지. 하지만 항상 그렇게 살아와서 같은 색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틀린 말은 아니지. 실제 과학적으로도 다르게 느끼고 있다고 읽었던 것 같아."
"그래?"
"분광기라고 있어. 그걸로 저 공을 찍으면 아마 특정 주파수대가 항상 나올 거야. 그러니까 저 공의 색이 보라색인 건 맞을 거야. 객관적 실재라고 표현하지."
"응."
"근데, 사람마다 눈의 시신경에 뭔가 차이가 있어서 색을 왜곡시키고 있을 수가 있고, 그 다음에  보는 걸 담당하는 우리 뇌가 또 이상해서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지. 어렸을 때부터 망막에 이상이 있어서 항상 색이 왜곡되어서 들어왔는데 이걸 모르고 컸을 수도 있고, 또 보라색의 주파수 대역에서 사람마다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주파수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보는 색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아, 그래서 같은 색을 보고 어떤 친구는 기분 나쁜 색이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좋은 색이라고 하나? 같은 색이어도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받아들여서?"
"그 색에 대한 친구들의 경험이 다를 수도 있겠고, 실제 다르게 색을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군. 근데, 보지 못 하다가 다시 보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 걸까?"
"그 사람들은 덩어리로 사물을 본다고 하더라. 시신경이 발달하지 못해 섬세하게 보지 못하고. 색도 마찬가지고. 같은 보라색을 보더라도 우리가 보는 보라색과 다르게 보는 거지."
"신기하군."
"뇌과학 쪽이 재밌는 게 많아. 뇌과학 쪽으로 공부해 보면 어떻겠니?"
"아, 나는 사실 요즘 신학에 관심이 많아. 삶과 죽음이나, 색이나 다 신과 관련된 것 같아."
"@.@"

 

2021년 11월 2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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