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야기문자 이야기 - 10점
앤드류 로빈슨 지음, 박재욱 옮김/사계절출판사

오랫만에 만난 유익하고도 내용이 풍부한 책이다.

이 책은, 과거의 문자부터 소멸되었거나 혹은 현존하는 다양한 문자들까지, 세계의 주요한 문자체계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꽤나 공을 들인 듯 거의 모든 페이지에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문자에 대한 사진, 그림 그리고 설명 자료들로 가득하다. 저자의 문자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실제 문자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것도 쏠쏠한 맛이 있다. 특히 이집트 상형문자를 어떻게 읽는지 설명해 주고 직접 읽어보기를 시킬 때는 꽤나 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나는 이제껏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한자처럼 그저 뜻글자이거나 혹은 그림문자 정도일 것이라고 대충 생각해 왔는데, 이집트 상형문자가 알파벳의 기원으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꽤나 많은 상형문자들이 소리글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 제법 놀랐다. 더 정확하게는 상형문자를 소리글자와 뜻글자로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로제타석에 대해서는 제법 여기저기서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왜 로제타석이 그런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로제타석이 없었으면 과연 이집트 상형 문자는 해독이 될 수 있었을까?

마야의 상형문자도 그렇다. 그림처럼 생겼으면 모두 뜻글자이거나 그림문자 정도로 쉽게 여겨버리는 우리네 상식과 달리 마야 상형문자가 음절문자에 가깝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의 하나이다.

한글 이야기는 없을까? 물론 한글에 대해 1페이지가 독립적으로 언급된다. 한글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제작연도를 알 수 있는 문자 중의 하나이며, 바로 왕이 만든 알파벳이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도 언급되고 있으나, 저자는 아마도 세종대왕이 불교신자여서 불교경전을 정확하게 한국말로 옮기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역사서나 지리서를 읽을 때처럼, 세상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우며 그리고 또 정말로 많은 교류를 하며 발전해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2008년 6월 4일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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