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소식 중 하나. 스티브 로렌스 사건이라고 뉴스에 계속 나오는데 이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사건을 찾아보니 1993년에 한 흑인 청년이 인종주의적 공격을 받아서 살해되었는데, 기소된 용의자들이 증거 부족으로 기소 철회가 이뤄지면서 처벌을 받지 않은 모양. 이후 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증거 수집하고 하면서 별의별 노력을 다한 듯. 문제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더라도 이 용의자들을 이미 한 번 재판에 회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다시 재판에 부치거나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영국 의회에서는 살인 사건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법을 개정. 결국,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근 20년 만인 지난 2012년에야 용의자 2명이 종신형을 선고받음. 


여기에서 일이 끝났으면 아마 범죄에 대응하는 선진국다운 자세라며 해피엔딩으로 끝났겠지만, 사실 지난주 영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것은 이 사건과 관련된 독립 조사 기관의 며칠 전 보고서 때문. 보고서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영국 경찰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기록된 모양. 일단, 사건 초기에 담당 경찰이 용의자 아버지로부터 뇌물을 받고 사건 정황과 증거 등을 은폐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경찰이 직접 나서서 피해자 가족 등을 사찰했던 모양. 오죽하면 보고서가 이런 경찰의 태도를 두고 경찰 조직이 투명성과 정직 보다는 조직 보호에 더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일갈. 경찰청장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여론은 반신반의. 


한국에서는 지난달에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있었는데 이 판결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못해도 한 10분씩 보도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짐. 사실 이 사건은 공권력이 직접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티브 로렌스 사건 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음. 특히나, 이번 국정원 서울시 간첩 사건 증거 조작을 보며 아직 갈 길이 한참 멀구나 하는 생각. 



<22년 만에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 씨>


스티브 로렌스 사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Murder_of_Stephen_Lawrence


강기훈 씨 사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참조.

http://ko.wikipedia.org/wiki/%EA%B0%95%EA%B8%B0%ED%9B%88_%EC%9C%A0%EC%84%9C%EB%8C%80%ED%95%84_%EC%9D%98%ED%98%B9_%EC%82%AC%EA%B1%B4


2014년 3월 1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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