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김선일씨 고인의 삼가 명복을 빈다.


2. 사람들은 참으로 단순한 진리를 알면서도 애써 회피하는 것 같다. 그 단순한 진리란 바로 평화와 사랑이 아닐까? 지금껏 우리가 성인으로 일컫는 모든 분들은 아주 간단하고도 분명한 이 진리를 오랫동안 우리에게 가르쳐 왔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회피한다. 국익이니 한미동맹이니 테러범에게 굴하지 않는 협상자세니 응징이니하는 복잡한 단어를 접하며 사람들의 눈은 진리로부터 멀어지고 흐려진다. 간디의 말처럼,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그저 평화가 길이다. 단순하다. 평화를 사랑한다면 그저 평화를 행하라. 세상을 복잡하게 보면 해결책 또한 그만큼 복잡해 진다. 김치를 설명하지 말고, 그저 김치를 한 입 덥석 먹어보라는 말처럼...


3. 사실 나는 우리가 김선일씨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김선일씨의 소식을 접하고, 하루 종일 정말 기분이 우울하고 비통하고 무력해서 참 많이 힘들었다. 우리와 별무관계없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전쟁때문에 한 생명이 무참히 스러지다니말이다. 공지영의 말처럼, 한 생명은 온 우주인데, 김선일씨가 스러진 것은 결국 또 하나의 우주가 우리에게서 사라진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동안 그리고 그것을 행하는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자책하고 자괴하고 그리고 무력하게 하루 일을 또 할 수 밖에 없는 나를 보며 더 우울해 지고 말이다.


4. 이슬람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해외에서 만났던 이슬람 사람들과의 대화, 우리 연구실에 있는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교수와의 이야기 등이 참 오버랩된다. 그저 그들은 우리와 다른 종교와 문화와 역사를 살고 있을 뿐 우리들과 같이 참으로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슬람 문화권 전체를 한 통속으로 몰아 붙이는 경향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그들에 어떤 관심이나 지금껏 있어 왔던가? 그저 한국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사주는 운이 좋아 석유 많인 나는 곳 정도로만 여기지 않았던가?


5. 순수함에 대한 생각한다. 순수함에 대한 갈망들이 정말 무섭고 이제는 너무 혐오스럽다. 이데올로기든 종교든 학문이든 혹은 사랑이든 순수함을 강요하는 그 몸짓들이 너무 싫다. 순수함에 대한 갈망은 너무나 뜨거워서 주변 사람들을 언제나 데게 만들며 상처입게 한다. 부시식의 그 무식한 순결주의나 이슬람 알카에다의 순결주의나 그들은 모두 사실 같은 부류인 것이다. 순수함을 갈망하지 말자. 어차피 우리가 사라지면 그 순수함도 의미없는 것을.


6. 미국은 언제나 적을 만들어야만 사는 국가 같다. 이제 냉전이 끝났으니 새로운 적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아랍권과 북한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이 악의 축이 아니면 아마도 악의 핵쯤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전쟁사를 읽다보면 참 이 놈의 나라는 전쟁없이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죽하면 60년대에 미국의 대통령마저 퇴임하며 군산복합체를 경고했을까 싶다.


7. 노무현을 버린 지 오래기에 그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이제는 짜증마저 날 지경이다. 왜? 김선일씨 구출에는 정권의 진퇴 혹은 대통령직을 안 걸었는지 모를 일이다.


짜증나고 슬프고 우울한 날에...


2004년 6월 23일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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