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다시피 요사이 피디수첩 사태와 관련한 네티즌의 반응을 '파시스트' 혹은 '나찌즘'적이라고 규정하는 지식인이나 언론이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제 네티즌들도 '광기'를 접고 '이성'을 되찾아 '생산적 논의'를 해 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논쟁의 '이성'이나 '생산적 논의'라는 문제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생산적 논의'와 '이성'에 대한 추구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바람직하게 보입니다만 이러한 주장이 자칫하면 논의를 소수의 전문가나 엘리트만의 참여로 이끌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국은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며, 전문가나 엘리트 위주의 논의 구조를 고착화할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네티즌의 반응을 '파시스트'적이라고 규정하는 많은 지식인이나 언론은 좌파적인 경향을 보이는데요, 사실 좌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의 하나가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부분은 사실 꽤나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제가 봤을 때 대중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각해 나가는 과정은 꼭 '생산적 논의'나 '이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은 자신의 관심, 분노 혹은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하여 살을 붙여가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짧은 몇줄의 의견이나 리플도 참여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네티즌들의 보이는 집단적 공격성, 욕설, 무차별적인 비난 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네티즌이 변화하지 않은 채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것 또한 황당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잘 관찰해 보면 이러한 변화가 제법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초기에는 피디수첩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과 무비판적인 애국주의가 득세를 했다면,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전문가의 글을 읽고 다시 이러한 것들을 다른 곳에 퍼나르고 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것입니다. 즉, 요사이의 화두는 애국주의가 아니라 바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언론권력에 대한 비판인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유사한 과정을 통해서 또다시 대중들은 여러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가치관과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나갈 것입니다. 예상 밖으로 요사이는 꽤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들이 많이 쓰여지거나, 혹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좋은글들이 퍼날라져 옵니다.

제가 봤을 때 한국의 언론이나 지식인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대중을 언제나 계몽의 대상으로 본다는 겁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그들의 글이나 행동을 보면 부지불식 간에 대중의 자발성을 전형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중은 그리 똑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멍청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보를 습득해 가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가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항상 봤으면 합니다.

 

2005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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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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