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 예술, 문학/책

테라, 루나 사태 때 딱 읽기 좋은 책

뚜와띠엔 2022. 5. 17. 10:37

 

 

암호화폐 테라, 루나 사태로 시끄러운 요즘 딱 읽기 좋은 책이다. 영어책 원제는 'Boom and Bust'다. 한국어책 제목이 원작의 제목과 내용을 제대로 못 살린 느낌이다. 


MIT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에 따르면, 버블이란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는 상향세를 보이다가 결국엔 무너지는 가격 움직임'이다. 쉽게 말해 경제가 위험을 내재한 채 덩치를 키우다가 어느 한순간 터져버리는 현상이다.

 

버블(Bubble)이라는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소서'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는 버블이라는 단어를 비눗방울처럼 깨지기 쉽고 공허하고 쓸모없는 걸 뜻하는 형용사로 사용했다.


이 책은 18세기 프랑스 미시시피 버블부터 시작해 21세기 중국 주식 폭락 사태까지 역사적으로 유명한 11번의 버블을 고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버블은 버블 삼각형(시장성, 돈/신용, 투기)이 완성될 때 발생한다. 불이 나기 위해서는 산소, 연료, 열이라는 3요소가 필요하듯 버블 발생에는 시장성(산소), 돈/신용(연료), 그리고 투기(열)라는 3요소가 필요하다. 여기에 파괴적 기술혁신 또는 정부의 정책이 불꽃을 일으키며 버블은 시작된다. 


시장성은 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용이성을 말한다. 주식을 사 회사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나 리츠를 통해 부동산의 일부를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시장성의 사례다. 매도인과 매수인을 쉽게 찾을 수 있어도 시장성이 높아지고, 자산을 쉽게 이동할 수 있어도 시장성은 높아진다. 돈과 신용은 말 그대로 시장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저금리, 양적완화 등의 이유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될 때 버블에 투자될 수 있는 돈 자체가 많아지며 버블 자산의 가격은 높아진다. 마지막 요소는 투기다. 이익을 보기 위해 자산을 매수하는 행위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할 때 버블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버블이 꺼지는 이유는 뭘까? 불이 꺼지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가장 확실한 원인은 연료 부족이다. 금리인상이나 중앙은행의 긴축은 추가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들고, 이에 따라오를 거라 기대한 자산을 일찍 매각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되면 투기꾼의 모멘텀은 반대로 작용한다.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예상될수록 더더욱 자산을 매각하게 되며 이런 작용은 양의 되먹임을 일으키며 결국 거품붕괴나 폭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버블 관련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의 저자들은 버블 주체와 언론의 행복한 공모(Happy Conspiracy)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주요 버블 사태 때마다 언론이 감시자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을 넘어 조력자로서의 역할마저 충실히 했다는 것. 미시시피 버블 때의 <암스테르담 관보>, 노골적으로 남해회사 주식을 사라고 기사를 낸 <플라잉 포스트>, 중남미 신흥시장 버블 때의 엉터리 사업설명서를 (돈을 받고) 신문에 실었던 <타임스>와 <모닝 크로니클>부터 시작해, 대공황 직전 주식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써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의견은 뒤로 숨겼던 미국의 <저널>, <뉴욕 데일리뉴스>, 닷컴 버블 당시 마침내 경기순환의 종언이 왔다는 '새 시대 내러티브'를 노골적으로 주장했던 <더 스트리트> 등 스토리를 짜내고 편집하고 시장의 아첨꾼이 된 언론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은 따가울 정도로 비판적이다. 


테라, 루나 사태가 터지기 2달 전 월간조선 2022년 3월호는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고사시킨 한국 암호화폐'라는 기사를 통해 테라와 루나를 만든 신현성 씨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서 월간조선은 천재들이 선도하는 한국 블록체인을 문재인 정부가 발목 잡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묻는다. "누가 버블의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확장하는가?"

 

<Source: https://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B&nNewsNumb=202203100033> 

 

2022년 5월 16일
신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