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읽은 책
1.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지음). 김문주(옮김)
쉽게 말해 카오스 이론으로 우리의 의사결정, 사회, 그리고 역사를,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망한 책이다. 우리 대부분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또 그 원인은 직접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선형적 결정론이다. 작은 일에는 작은 원인이, 큰 일에는 큰 원인이 작용했으리라 믿지만 어쩌면 이런 믿음 자체가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느 한 순간의 아주 작은 다른 판단, 또는 작은 돌발과 우연만으로도, 마치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오듯, 우리의 판단과 역사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 쓰나미가 피피섬을 덮쳤고, 희생자 수만 1천 명 이상이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회사나 내 가족도 나도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다. 당시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과 함께 2004년 12월 24일에 푸켓에 도착해 12월 26일에 피피섬을 방문하는 여행 상품을 가계약한 상태였다. 계약을 확정하기 전 전혀 새로운 고객에게서 BMT(Bench Marking Test)를 2주간 하자는 요청이 왔고, 직원들과 논의 끝에 BMT 준비를 위해 푸켓 여행을 다음으로 미뤘다. 나와 우리 회사 직원은 살아남았고 이렇게 삶을 일궈나간다. 저자의 책에는 이런 사례가 가득하다. 역사의 필연과 우연 등에 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저자는 선언한다. 인류의 역사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하려는 헛된 노력의 연속이었고, 이는 진화적으로 발전한 심리적 기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인류는 합리성과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효율성을 극단까지 추구하지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우발과 임의성이 역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모든 일에 꼭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삶이나 운명의 통제성을 움켜쥘 수는 없다고. 오히려, 지금처럼 연결성이 극대화된 초연결사회에서는 아주 작은 우발성과 임의성이 연결망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폭될 수 있기에 가끔은 연결망을 끊어낼 수 있는 삶의 여유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없지만, 우리의 작은 몸짓은 세상의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2026년 1월 10일
신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