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토지리정보원의 "대축척 공간정보 구축을 위한 위성영상 초해상화 연구" 사업의 개찰이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가 2등을 차지하며 아쉽게도 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인 것처럼 사업을 하다 보면 수주를 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고 미래지향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게 사업체 대표로서 제 역할일 것입니다. 

 

 

 

다만, 오늘 개찰 결과는 뒷맛이 좋지 않습니다. 1등 낙찰자가 바로 학술단체인 한국측량학회이기 때문입니다. 본 사업은 학술연구사업이 아니라 일반용역사업으로 발주되었으며, 전체 예산 2억5천만원 중 40%만이 학술용역으로 설계된 사업입니다. 나머지 60%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측량학회가 주관기관으로 나서서 본 사업을 수주하였습니다. 학술단체가 주관기관으로 나서서 민간업체와 경쟁하여 관련 사업을 수주하는 것에는 여러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해 상충의 문제입니다. 학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학회는 연구와 학문적 활동에 집중하고 학회 구성원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학회가 사업 수주 활동에 나서면 본래의 목적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 결과나 활동이 비윤리적으로 왜곡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둘째, 신뢰도 손상입니다. 학회는 공공의 이익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민간업체와의 경쟁은 학회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손상할 수 있으며, 이는 학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학회의 주된 목적은 윤리적이고 내실 있는 학문 활동이어야 합니다. 


셋째, 경쟁제한의 문제입니다. 학회가 국내 최고 전문가집단이라는 학회 브랜드를 활용해 사업을 수주하면 민간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상실당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유경쟁의 원칙에 위배되며, 시장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넷째, 윤리적 책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학회의 사업 참여는 결국 학회와 학회 구성원의 보편적 이익이 아닌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의 이익을 위한 활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자칫하면 학회가 학회의 주인인 학회 회원과 경쟁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로 사업을 한 지 25년째입니다. 25년간 여러 경쟁입찰에 참여해 왔습니다만 학회와 경쟁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봄 한국측량학회 회장님이신 김원대 교수님을 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회장님께서 가을 측량학회 때 많은 참여와 후원 바란다고 요청하셨고, 저는 힘닿는 대로 돕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아무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최고 전문가 집단인 학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조금 더 신중하게 사업참여를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심판 역할을 해야 할 학회가 선수로 뛰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2024년 7월 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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