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3만 피트로 순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책을 들춰보다가 영화를 뒤적거리다가 눈을 감고 공상에 잠깁니다. 세상과 연결이 끊어진 낯선 환경 탓인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꾸물꾸물 자라납니다. "나는 누구인가? 아니,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합니다. 비행 내내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그러다 깨닫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이고, 내가 먹는 음식이 나이며, 내가 나누는 대화가 나이며, 내가 읽는 책이 나구나.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은 내가 입는 옷은 내가 사는 집은 내가 모는 자동차는 내가 아니구나 깨닫습니다. 하노이 하늘의 달도 둥글고 밝습니다. 천 개의 달이 천 개의 강에 뜨는 밤이네요.

 

2026년 9월 2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