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으면 기분이 좋다. 비에 흠뻑 젖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홀가분해진다. 하늘이 꾸물꾸물하며 한두 방울 흩날릴 때 걱정이 더 많다. 비가 오면 어떡하나 젖으면 어쩌나 왜 기상청 예보는 맨날 틀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짙은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해결책은 딱히 없다. 사람이 그렇다. 오지 않은 일에는 걱정이 많지만 일단 일이 벌어지면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뒷수습하느라 맘은 더 편해진다.
대전 반석동 고개를 넘어 세종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하늘은 비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내린다.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비를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큰 도움은 안 되고 오히려 패널에서 빗방울이 뭉쳐서 흘러내린다. 헬멧을 타고 빗물이 자꾸만 눈으로 들어와 시리다. 아, 이럴 때는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를 빌어야 한다. "아니, 이렇게 비가 와서 자전거가 젖으면 1년 만에 자전거 물청소를 강제로 해야 하니까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점심 먹고 빨래하고 건조하고 정리하니 늦은 오후다. 오늘 자전거 물청소까지는 힘들겠다. 원영아, 미안하다.
2024년 10월 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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