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서부터 좋은 것은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나눠쓰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맘에 드는 소프트웨어를 복사해서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쓰면 불법이고 처벌 대상이 된다. 좋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나눠쓰면서도 이런 과정이 사회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실제 이런 세상이 있다. 바로 오픈소스의 세상이다. 


오픈소스는 사전적으로 ‘소스 코드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특정 라이선스에 따라 자유롭게 복사, 수정, 개선, 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런 오픈소스의 특성 때문에 오픈소스는 공짜소프트웨어(freeware)와 혼동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오픈소스는 무료로 배포되지만,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가 항상 공개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공짜소프트웨어와 구별된다. 


오픈소스는 과거 ‘싼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가격이 무료거나 매우 저렴한 대신 상용소프트웨어에 비해 뭔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실제 과거 오픈소스를 도입한 이유 대부분은 오픈소스의 ‘경제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13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 전문기업 블랙덕소프트웨어의 2013년 조사발표에 따르면,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이제 오픈소스의 ‘뛰어난 품질’ 때문에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조사에서도 오픈소스의 ‘뛰어난 품질’이 오픈소스 도입 이유 1위를 차지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상호운용성(OpenAPI), 저비용 정보처리, 보안 등이 화두인 세계 IT 시장에서 오픈소스는 이제 품질로 승부하는 당당한 주류 기술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Hadoop, Spark, HCatalog 등이 모두 오픈소스라는 점만 보더라도 오픈소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 1> BlackDuck Software의 ‘2013 The Future of Open Source’ 자료 중 일부. 2013년부터 오픈소스를 선택하는 이유가 ‘뛰어난 품질’로 바뀌었다. Source:http://www.slideshare.net/mjskok/2013-future-of-open-source-7th-annual-survey-results 


오픈소스GIS(Open Source GIS)는 공간정보 분야의 오픈소스를 일컫는 말이다. 오픈소스GIS라는 말과 더불어 FOSS4G(Free and Open Source SW for Geospatial), GeoFOSS(Geospatial Free and Open Source SW)라는 용어가 함께 쓰이기도 한다. 오픈소스GIS는 분야만 다를 뿐 앞서 설명한 오픈소스의 특성과 역사를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오픈소스GIS는 데스크탑GIS, 웹GIS서버, 웹GIS클라이언트, 공간DBMS, 3D GIS, 좌표계변환 등 공간정보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발히 개발, 이용되고 있다. 오픈소스GIS의 폭발적 성장 배경에는 OSGeo(Open Source Geospatial) 재단의 활발한 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OSGeo 재단은 2006년 미국 시카고에서 결성된 비영리재단으로서 오픈소스GIS와 공개지리정보(Open Geodata)의 전 세계적인 개발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OSGeo 재단은 IT 분야의 Linux 재단이나 Apache 재단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OSGeo는 오픈소스GIS로 유명한 QGIS(데스크탑GIS), GeoServer(웹GIS서버), OpenLayers(웹GIS클라이언트), PostGIS(공간DBMS), GeoNetwork(공간카탈로그서버)을 포함한 총 22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육성, 관장하고 있다. 이제 OSGeo의 프로젝트만으로도 엔터프라이즈급 GIS를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림 2> OSGeo 홈페이지. OSGeo는 오픈소스GIS와 공개지리정보의 개발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재단이다.  http://www.osgeo.org/


오픈소스GIS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곳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EU의 통합 공간정보인프라(SDI)인 INSPIRE다. INSPIRE는 EU 회원국과 관련 협약 가맹국 간의 공간정보 공유와 활용을 위한 체계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간정보인프라 중 하나다. INSPIRE의 뷰잉 서비스(Viewing Service), 디스커버리 서비스(Discovery Service), 다운로드 서비스(Download Service) 등에서 오픈소스GIS가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국립지리원에 해당하는 Institut Géographique National (IGN)에서도 1억개가 넘는 공간정보 객체 관리를 위해 오픈소스 공간DBMS인 PostGIS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OSGeo 영상처리 프로젝트인 OSSIM(Open Source Software Image Map)을 적극 활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SSIM 프로젝트 자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남미 볼리비아 같은 경우 Geo Bolivia라는 이름의 국가공간정보인프라(NSDI) 전체를 오픈소스GIS로 구축 중이기도 하다. 북미, 유럽은 최근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More with Less)’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픈소스GIS를 더욱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그림 3> EU INSPIRE의 시스템 아키텍쳐 중 일부. 오픈소스GIS가 상용비공개GIS와 함께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Source:http://www.slideshare.net/endofcap/gis-55639822


북미나 유럽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픈소스GIS를 적용하고 활용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오픈소스GIS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토교통부의 통합교통정보서비스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교통정보를 매 1분마다 렌더링하여 하루 300,000 명 이상에게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아리랑 위성영상 검색 및 주문시스템(http://arirang.kair.re.kr)은 공간DBMS(PostGIS), 웹GIS서버(GeoServer), 미들웨어(GeoWebCache), 웹GIS클라이언트(OpenLayers)까지 모두 오픈소스GIS로 구축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토교통부의 국가공간정보포털시스템의 웹GIS클라이언트도 오픈소스인 OpenLayers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림 4> ITS국가교통정보센터의 통합교통정보시스템. 오픈소스인 GeoServer를 활용하고 있다. http://m.its.go.kr/nticMap/


오픈소스GIS는 어느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 새로운 혁신의 화수분으로 각광받고 있다. MapBox, CartoDB, MapZen 등과 같이 최근 각광받는 세계적인 공간정보 스타트업들이 모두 오픈소스GIS와 오픈소스 개발자를 적극 활용하여 혁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공간정보 분야의 최근 창업은 오픈소스GIS를 떼놓고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편이 맞을 정도다. 


오픈소스GIS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현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소스GIS의 발전과 활황에 따라 더 뛰어난 개발자들과 기업들이 오픈소스GIS 분야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양질의 인재와 기업의 참여가 더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가 기업의 혁신 속도를 빠르게 하고, 기업의 매출과 영업 이익 증대에 기여하며, 훌륭한 개발자를 채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기업의 실제 설문 답변을 통해서도 오픈소스GIS의 밝은 미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앞에서는 오픈소스의 장점과 밝은면을 주로 언급하였지만, 오픈소스의 현명한 사용을 위해서는 오픈소스의 단점과 부정적인면을 함께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우선, 오픈소스의 복잡한 라이선스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용한 오픈소스에 소스코드 반환의무(Reciprocal)가 있는지 없는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기만 하고 기여가 없는 경우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붕괴할 수 있으므로, 오픈소스를 사용한 경우 작은 기여라도 다시 커뮤니티에 되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어떤 경우에 오픈소스를 사용하거나 개발하고, 어떤 경우에 비공개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개발해야 하는지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픈소스는 절대선이 아니며, 오픈소스의 철학과 활동이 잘 작동하는 분야가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2016년 1월 1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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