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서비스를 실시하려고 한다고 한다. 이게 과연 법적으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해 몇몇 의견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법률문외한으로서의 내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 보자.

1. 결론적으로 구글이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이용해 국내에 3차원 위성영상 서비스를 하는 것은 서버가 국외에 있을 경우는 불법이 아닌 걸로 판단된다. 또한 위성영상 해상도가 10cm가 되었든, 청와대나 원전이나 군사시설이 서비스되든, 좌표가 표시되든, 서버가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이는 지리정보의 보안과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등에관한법률"에 따라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이 법 제22조(지리정보 등의 보호)에 따라 50cm 이상의 고해상도 위성영상, 항공사진 및 90m 해상도 이상의 3차원 고도정보를 인터넷 상에 서비스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3. 우선,
"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등에관한법률"의 적용 대상은 민간이 획득하고 제작한 지리정보가 아니다. 이 법이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 법 제2조(정의)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국가기관, 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이 생산,관리하는 지리정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법 이름이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에등에관한법률"인 것이다. 따라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는 '국가지리정보 보안 관리 규정'은 민간이나 구글처럼 직접 지리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4. 일단 구글이 사용하고 있는 위성영상은 국내의 국가기관, 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이 생산, 관리하는 지리정보가 아니며,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3차원 고도정보(DEM)도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관리되고 있는 자료도 아니다. 위성영상은 구글이 Digital Globe나 GeoEye사와 같은 미국 지구관측위성 운용회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이용하고 있으며, DEM은 아마도 NASA의 SRTM(Shuttle Radar Topography Mission) 자료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USGS(U. S. Geological Survey) 혹은 NGIA(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
의 자료로 추정된다.

5.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고해상도 위성영상 서버가 국내에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군사기지및군사시설보호법"의 저촉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 법의
제9조(보호구역에서의 금지 또는 제한) 4항에 따르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의 촬영, 묘사, 녹취, 측량 등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고해상도 위성영상 서버를 국내에 두려면, 결국 군사기지, 군사시설 및 각종 보안지역을 표시하지 않는, 소위 위장처리라는 작업을 추가적으로 한 뒤에야 국내 서버를 통해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 이번에는 국내 서버를 이용한 일반적인 지도 서비스가 가능한지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가능하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서비스를 하려고 하는 것은 "측량법" 제27조(
측량성과의 국외반출금지)때문이다. 이 법 27조는 건설교통부 장관의 허가없이 "...기본측량의 측량성과 중 지도·연안해역기본도·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지 못한다."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지도 서버를 둔다면 "측량법" 제27조 규정을 피해갈 수 있으며, 네이버, 다음, 콩나물과 같이 마음껏 국내 지도에 대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측량법"과 관련되어 가장 민감한 사항은 바로 지도의 "국외반출"이니까..

7. 자,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 서버를 둔 지도 서비스와 국외에 서버를 둔 3차원 위성영상 서비스를 Mash-up하게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는 진짜 골치아픈 법리논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개별법은 잘 비켜가더라도 이 둘이 함께 서비스되면 문제를 야기한다. 왜일까? 그건 일반적으로 서비스되는 국내 민간 지도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8. 모든 국내의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기본도를 구매해서 이를 재가공하고 자신들이 현장실사를 통해 갱신한 지도이다. 이럴 경우 이런 민간 지도는 과연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등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받는 것인가 아닌가가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과연 민간 지도가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등에관한법률"의 적용 대상인
국가기관, 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이 생산,관리하는 지리정보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닌가가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간 지도 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기본도를 구매해서 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 구매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서 재제작한 2차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본도 자체가 정부에 의해 생산, 관리되는 지도이기 때문에 이 법률의 저촉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지도 서비스 업체들이 알아서 정부에 기어서, 자신들 스스로 "지리정보보안관리규정"을 준수한 측면이 없지 않았나 싶다. 이와 관련된 법률 소송이 한 건도 없었으니까..

9. 과연 구글은 어떤 판단을 내리까? 사실 나도 이 부분이 진짜 궁금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구글이 한 번 국내에 지도 서버를 두고, 국외에 3차원 위성영상 서버를 둔 채 전 세계적인 서비스를 했으면 한다. 구글이 한 번 저질러주면, 이에 관해 논쟁과 소송이 불붙을 것이고 그리고 이리되면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보안관련 규정 등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정비될 수 있으니까.. 근데, 과연 구글은 저지를까?


10. 최근의 Web의 화두 중의 하나는 역시 GeoWeb이다. 각종 사진, 동영상, 컨텐츠 등등이 위치정보를 가지고서 웹 상에서 GeoRSS, GeoTag, GeoSearch 등을 통해 마치 물과 전기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시대가 되었고, 또 Google, Microsoft, Yahoo 등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이 GeoWeb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으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GeoRSS, GeoTag 등을 기대하면 안된다. 이 기관들은 무조건
"국가지리정보체계의구축및활용등에관한법률"의 보안관리규정의 적용대상이니까.. 즉, 날씨정보든, 악취정보든, 오존정보든, 수질정보든, 교통정보든, GeoRSS나 GeoTag만 걸어주면 정말 온갖 시스템에서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정보들이, 특정 부처나 기관의 고립된 웹 속에서 고립되고 사장된 채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

11. Ubiquitous Korea 혹은 U-Korea를 소리높여 외치면 무엇하나? U-Korea의 핵심 중의 하나가 바로 위치정보인데 이 위치정보와 관련된 각종 규제때문에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하나 못하는게 한국 GIS산업계의 현실인 걸... 법이란 절대불변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제정하는 것이라는 대의민주제를 상기하다보면 희망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갈 길은 멀기만 하고, 수풀은 높아만 보인다.

2008년 1월 3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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