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FOSS4G는 코소보 프리즈렌에서 개최된다. 6월 26일부터 시작이니 꼭 20일 남았다. 


알바니아계가 다수인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독립국가가 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UN 회원국 중 절반가량만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는데 주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도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했지만, 대사관계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친 러시아 계열 국가, 그리고 코소보와 인종적, 정치적 갈등이 있는 나라들은 아직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주민의 다수가 세르비아계인 코소보 북쪽 지역에서 이런저런 소요와 갈등이 많은 편이다. 작년부터 코소보 소식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코소보 북쪽 지역에서 갈등이 점증하더니 지난주에 제법 큰 폭력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관공서를 점령하고 알바니아계 코소보 경찰이 폭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수십 명이 다치고 기물이 파손된 모양이다. NATO는 코소보에 3,500명이 넘는 평화유지군을 파견 중인데, 사태가 심각해지자 7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 소요 사태의 원인은 이렇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보이콧 와중에 단 4%의 투표율만으로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되었고, 이 시장이 실제 업무를 보겠다고 중무장한 경찰의 호위 속에 시청으로 출근을 시작하자 다수 세르비아계 시민들이 항의와 시위를 시작했던 것. 


FOSS4G 2023 Prizren 조직위의 아래 메시지는 이런 상황에서 참가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저런 소요 사태는 코소보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며, 주민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서방 미디어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으며, 더불어 대회 개최지인 프리즈렌은 소요가 있는 지역과 거리가 먼 남쪽에 있으니 안심하라는 취지다. 아마, 최근 코소보 사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참가자들의 우려가 크니 조직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내 아내도 코소보 사태 뉴스를 보내 주면서 괜찮겠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옛 기억이 떠오른다. 2015년 FOSS4G 대회를 서울에 유치한 뒤 대회 치르기 전까지 참 여러 일이 있었다. 남북 총격전이 있었고,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고가 있었고, 메르스 사태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가자들의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에 하나하나 대응해 주고 안심시켜야 했던 게 조직위의 역할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메르스 사태였는데 다들 처음 겪는 일이라 사태의 진전이 도무지 가늠이 안 된 탓이 컸다. 역학 전공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조직위 차원에서 비상계획을 세워두기도 했다. 특정 날짜까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우선 조직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고, 그 뒤에도 메르스가 확산하면 대회 취소까지 검토하자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여름으로 들어서며 메르스가 잡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지금 프리즈렌 조직위 심정이 딱 그때의 내 심정일 게다. 1년 넘게 준비한 대회가 20일도 안 남았는데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대회 자체가 휘둘리니 화도 나고 원통하기도 할 게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거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당신의 노력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며, 대회는 성공할 것이며, 이런 어려움이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며,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고. 


See you in Prizren!

 

2023년 6월 6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