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홍콩을 다녀왔다. 몇몇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긴다.
홍콩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몇 번 다녀온 비슷한 도시 국가 싱가폴보다 더 정이 간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그렇다. 과거와 미래, 퇴락과 세련, 서양과 동양, 부와 빈이 묘하게 교차하는 곳이다. 초현대식 고층 빌딩 옆 길거리에서 웃통을 벗어던진 남정네들이 간이 탁자에 앉아 그릇 받쳐 들고 국수 먹는 모습도 좋다. 호텔 근처 재래시장에서는 과일, 야채, 생선과 함께 먹거리를 팔고 있는데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콩에서는 꼭 뭘 해야겠다는 꼭 뭘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지 않아 편하다. 이방인인 듯 이방인이 아닌 듯 그냥 걷다 타다 구경하다 먹으면 그만이다. 홍콩을 걸으며 느끼는 거지만 영화 공각기동대의 배경도시는 홍콩임에 틀림없다. 근데, 왜 다들 내게 광동어로 말을 거는 걸까?
이거 마치 차만 왼쪽으로 다니는 부산 같은 느낌이다. 저 뒤에 금정산도 보이고 황령산도 보이고. 말이야 부산이나 홍콩이나 다 안 통하니 말이다.
마치 주윤발 형님이 여기 어딘가에서 불쑥 나올 것 같다.
하루는 스타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쪽으로 넘어온 뒤 홍콩예술박물관을 구경했다. 실내도 시원하고 눈맛도 시원하다.
아빠랑 커피 겸상을 하고 다 컸다. 첫째 날 노는 곳에 내가 데려다 주고 다시 내가 데리고 왔다. 둘째 날 갈 때만 내가 데려다 주고 올 때는 알아서 돌아왔다. 셋째 날 혼자 나갔다가 혼자 돌아오더라. 넷째 날 오랜만에 같이 나갔더니 길 못 찾는다며 아빠를 타박한다. 각자 놀다가 같이 저녁 먹으려 만났다. 음료든 빵이든 스스로 잘 시키니 이제 내 할 일도 점점 줄어든다. 이번 여행에 읽은 책이 김훈의 허송세월인데 첫 글이 '늙기의 즐거움'이었다.
하루밤은 홍콩 지인을 만나 저녁 먹고 맥주를 즐겼다. 마치 서울 문래동 철공소거리 같은 곳에 아늑하고 멋진 펍이 있더라.
기억을 위해 여행팁을 남겨 보자.
1. 공항에 내리자마자 환전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절대 환전하지 않는다. 거의 날강도 수준의 환율로 환전해 준다.
2. 공항철도역에서 옥토퍼스 카드부터 마련하자. 교통편뿐만 아니라 밥 먹고서도 이걸로 결제할 수 있다. 남은 금액 환불 받을 수 있다. 다만,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도 옥토퍼스 카드가 현금으로 사는 지하철 표보다 싸다.
3. 공항버스는 한국의 비접촉식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하다. 다양한 공항버스가 있으니 꼭 공항철도를 고집할 필요 없다.
4. 스타페리는 꼭 타자. 가장 싸고 쉽게 홍콩을 즐기는 방법이다.
2024년 8월 25일
신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