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 한밤중에 뱃놀이만 같으네."

1. 회사, 사회, 가족, 개인으로 나눠 목표와 계획을 세우곤 한다. 2022년에는 내 목표를 회사 내에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했다. 그 덕분인지 한두 가지를 빼놓고는 대부분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걸 말의 주술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심리학의 목표설정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2. 자전거를 새로 사고 2022년 한 해 3,000km 이상 탄 게 가장 기쁘다. 태어나 처음으로 150km 이상도 타 보고 대전, 청주, 공주, 부여, 강경을 거쳐 군산까지도 달려봤다. 벚꽃 흩날리던 봄날 구례에서 곡성까지 자전거로 왕복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자전거를 타니 몸무게도 줄고 건강도 좋아졌다. 건강검진에서 특별한 성인병 없이 심혈관 나이가 44세로 나온 것도 커다란 성취다.

3. 2022년 초 세운 목표 중의 하나가 책 100권 읽기였다. 무리한 목표였지만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던 목표였고 당연하게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추려보니 50권 가량 읽었다. 내 평생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한 해다. 책 많이 읽던 20대에도 이렇게 많이 읽지는 못 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시각을 많이 넓혀줬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이란 얼마나 드넓으며 내가 아는 지식이란 저 백사장의 모래 한 알보다도 못 한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러울 때가 많아진다.

4. 가족 목표로 세웠던 3년 만의 해외여행도 잘 다녀왔다. 오랜만에 아내와 딸과 함께 남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침 먹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물놀이와 수영을 하다 보니 전지 극기훈련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노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여행 뒤 입국 PCR 검사에서 온 가족이 코로나 확진되어 1주일간 자가격리되었는데 그것 또한 나름 가족이 더 살갑게 가까워지는 계기였다.

5.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삶이다. 살수록 삶은 이해하기 어렵고 예측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 문제는 언제나 예측가능한 범위 밖에서 발생한다. 가끔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는가 하늘을 원망하다가도 어쩌면 이게 새로운 기회이지 않을까 또다른 희망을 가져 보기도 했다. 링크한 '밤뱃놀이'의 가사처럼 우리네 삶이란 마치 한밤중 뱃놀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6. 올해 꽤나 어려운 일이 있었고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뭔가 방법이 있겠지'하는 태도를 유지한 건 긍정적이다. 둘러보니 나만이 아니라 다들 힘겹게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누구나 지옥을 걷고 있으니 타인에게 관대하라'고 가르치셨던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7. 2023년에는 조금 더 살던대로 살아야겠다. '비난보다는 격려로 돈보다는 삶의 의미로 짜증보다는 유머로!' 말이다. 삶이 나를 속이면 나도 삶을 속이는 그런 재미와 여유와 배짱 정도는 가져야겠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불안함과 음울함으로 시작하지만 평온함과 따뜻함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밤뱃놀이 또한 느리고 구슬픈 중모리로 시작하지만 장단이 빨라지며 마지막은 굿거리로 나아간다. 얼기덩 삐꺽 처절썩 꿀꺽 신도 나고 힘도 드는 인생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4sMVariWqI


2023년 1월 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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