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무엇을 남기는가? - Refractions Research 이야기

 

Refractions Research라는 회사를 아세요? 캐나다 밴쿠버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가량 남쪽으로 가면 빅토리아라는 아름다운 섬에 닿습니다. 이곳 시내에 이제 직원 10명이 안 되는 작은 공간정보 회사 Refractions Research가 있지요. 주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정부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을 모르는 분들은 많겠지만 이 회사가 만든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이 회사 출신의 개발자들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PostGIS, uDig 등을 이 회사 개발자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했고, 또 GeoServer, GeoTools 등의 개발에도 많은 관여를 했지요. 이곳 출신 개발자로는 PostGIS와 오픈소스GIS 분야의 전설인 Paul Ramsey, GerServer와 GeoTools 핵심 개발자이자 OSGeo 전도사인 Jody Garnett 등이 있습니다. GEOS 프로젝트의 개발에도 많은 관여를 했던 회사지요. 

회사 경영진과 핵심 개발자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경영진: 캐나다 특히 브리티시 컬럼비아 중심, 개발자: 전면적 오픈소스화와 세계 시장 진출)가 있어 결국 많은 개발자가 이 회사를 떠났지만 여기 출신 개발자들은 Refractions Research를 지금도 그리워하고 또 많이 이야기합니다. 함께했던 천재 개발자 한 명은 여전히 이 회사를 지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Jody Garnett도 여전히 빅토리아섬에 살고 있지요. 

코소보 프리즈렌에서 Jody와 Refractions Research 회사 근황을 이야기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훌륭한 사람과 코드를 남겼으니, 그것만으로도 위대한 회사로구나. 육신은 죽고 썩어 사라지지만 그 정신은 누천년 가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우리 회사는 어떤 법신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이 들 때가 많네요. 사업적 성공과 더불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죠. 그중 하나가 Refractions Research처럼 사람과 코드를 남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제오늘 회사의 Plasma 3DTiler 오픈소스 정책 관련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좋은 주말들 보내세요. 

2023년 7월 2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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