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etnews.com/20250226000332?SNS=00002>
지금 공간정보업계는 구글의 1:5,000 수치지도 해외 반출 신청으로 시끌벅적하다. 구글이 2016년에 처음 반출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고 거의 10년 만에 다시 신청했다. 많은 분이 국가안보, 국내 산업 보호, 그리고 구글에 대한 괘씸죄를 들어 해외 반출을 반대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 지도를 구글에 제공한다고 어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국가안보 위협과 국내 산업 붕괴라는 게 있는지 말이다.
먼저, 국가안보 이슈를 살펴보자. 국정원과 국방부는 이번에도 지도 해외 반출을 반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연한 입장이다. 노한동 전 문화관광부 서기관이 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에도 나오지만 어지간해서 부처 담당자는 기존 부처 입장을 바꿔야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전임자나 기관 차원에서 뭔가 정책 결정을 내려놨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번복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1:5,000 수치지도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도대체 어떤 정보가 해외에 나갈 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1:5,000 수치지도를 무료로 다운받고 마음껏 가공할 수 있다. 내가 봤을 때, 1:5,000 수치지도에서 국가안보에 문제가 될 만한 정보는 등고선 빼고는 거의 없다. 군부대나 보안 지역은 이미 이 수치지도에 나오지도 않는다. 등고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는 네이버맵, 카카오맵 등을 통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등고선을 가공할 경우 정밀 수치고도모형(DEM)을 제작할 수 있고, 이는 미사일 같은 유도무기의 정밀타격에 활용가능하다. 1:5,000 수치지도를 활용하면 5~10m 해상도의 수치고도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는 꽤 고정밀 데이터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고해상도 DEM을 빼돌려 유사시 한국 타격을 위한 정보로 사용할 가능성이야 언제든지 있으니 이런 우려는 나쁘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를 생각하면 말이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 위장한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주변국의 간첩이 이미 남한 전체를 포괄하는 1:5,000 수치지도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본국에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상기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1:5,000 수치지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다음으로 수치지도 해외 반출을 안 해야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살 수 있다는 논리도 빈약하다. 구글에 지도를 제공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이 어떻게 살아남고 그래서 어떻게 세계에 진출하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2016년에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찬찬히 생각해 보자. 구글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를 가져다가 멋지게 가공해서 우리나라 지도 서비스를 전 세계에 한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망하는 건가? 아니면 오히려 이런 개방 정책을 통해 한국 업계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결정했을 때 문화계와 사회 각계각층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케이컬쳐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보호와 폐쇄가 아니라 도전과 개방이 산업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4년 우리나라 국민 2,8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했다. 아마 대부분 해외에서 구글맵을 공짜로 사용했을 게다.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1,600만 명이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영문 지도 서비스 하나 못 쓰는 불편을 감수하며 한국을 여행했다. 2,800만 명이 공짜로 어떤 서비스 썼으면 1,600만 명에게도 호혜적 원칙으로 제대로 된 공짜 서비스쯤 하나 제공해야 공평하지 않을까 싶다.
그깟 구글이 무슨 대수라고 우리 지도 가져다가 지도 서비스하는 걸 가지고 온 나라가 이리 난리인가?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가? 구글이 가져다가 서비스하든 말든 바뀌는 것도 없다. 그렇게 걱정이면 등고선 빼고 주면 된다. 미국 NASA가 전 세계에 걸쳐 30m DEM을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맘 속의 흥선대원군을 지워야만 우리 산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게다. 흥선대원군은 멀리 있지 않다.
2025년 3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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