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교 시험 부정행위 소식이 올라오길래 옛날 기억이 나 썰 풀어본다. 

 

예전에 모 대학교에서 GIS 강의를 한 학기 동안 했다. 사업하는 사람이라 특강이나 초청 강연 아니면 정규 강의는 거의 안 하는데 지인 교수님의 부탁으로 어렵게 승낙했다. 

 

첫 수업에서 강의 계획과 평가 방식을 이야기했다. 중간고사니 기말고사니 하는 지필시험은 없고, 개인별 두 번에 걸친 주제 발표(50%)와 2인 1조의 프로젝트(50%)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평가는 동료평가가 50%, 내 평가가 50%다. 성별, 국적, 전공, 학년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으며, 오로지 기준대로 평가한 뒤 정규분포곡선에 따라 학점을 매기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시험 없다는 말에 일단 매우 좋아했다. 강의계획서를 설명하고 둘러보니 외국인 학생이 두 명 보였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으면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나나 한국 학생들이나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학기 동안 즐겁게 수업하고 재밌게 지냈다. 마지막 수업 때 조별 프로젝트 발표하고 뒤풀이까지 함께했다. 

 

종강 뒤 학점 평가는 고지한대로 동료평가(50%)와 내 평가(50%)를 합친 뒤 정규분포곡선에 넣어 A부터 F까지 매겨서 학과 사무실로 보냈다. 그 뒤에서야 학생들이 내게 참으로 관심이 많구나 깨달았다. 학생들이 자기 학점에 불만을 표하며 그렇게 평가한 사유를 이메일이나 문자로 물었다. 나는 강의계획서에 나온 평가 방식을 복사해 답했다. 한 외국인 학생은 자기가 그 학점을 맞으면 기숙사에서 쫓겨난다며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해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 번만 봐달라고 읍소했다. 나는 첫 수업에 언급한 것처럼 국적에 따른 차별이나 혜택은 없으며, 그때 영어 수업을 원하지 않아 한국어로 강의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원 평가에서 하나의 변동 없이 학점을 확정했다. 며칠 뒤 학과 사무실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상대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관련해서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첫 수업 때 어떤 차별도 없이 평가하겠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약속했다고 말씀드렸다. 그 뒤 학교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다. 사실 나의 큰 크림이었다. 

 

이 땅의 교수님들께 마음의 평안이 함께하기를...

 

2025년 11월 1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