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근데 왜 하필 몽골을 여행지로 선택했나?
대한항공 마일리지 3만마일로 공짜로 갈 수 있는 곳 중 가장 먼 곳이 울란바토르였다. 그래서 몽골 갔다. 그 외 이유는 없었다.


Q: 몽골 여행은 좋았나?
앨범에 있는 사진 보면 모르냐? 슈퍼 울트라 캡숑 좋았다. 너도 시간나면 술먹지 말고 그 돈 모아 몽골이나 좀 가라.


Q: 몽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말해 달라.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책 사서 읽어봐라. 거기에 다 나와 있다.


Q: 여행 일정은?
5월 28일 19시 50분 인천출발, 6월 7일 04시 20분 인천도착의 9박 11일의 여정 되겠다.

Q: 조금 더 상세히 말해 준다면?
5월 28일 인천출발, 울란바토르 도착 후 호텔에서 1박
5월 29일 울란바토르 관광 후 호텔에서 1박
5월 30일 오전 11시 흡스굴 호수로 출발, 차에서 1박
5월 31일 오후 6시 흡스굴 호수 도착 후 몽골전통가옥 게르에서 1박
6월 1일 흡스굴 호수 전일 관광 후 게르에서 1박
6월 2일 오전 12시 울란바토르로 출발, 차에서 1박
6월 3일 오후 8시 울란바토르 도착 후 호텔에서 1박
6월 4일 테릴지로 출발 및 테릴지 관광 후 게르에서 1박
6월 5일 테릴지에서 울란바토르로 귀환 후 호텔에서 1박
6월 6일 울란바토르 관광 및 쇼핑
6월 7일 새벽 서울로 출발 되겠다.


Q: 여행은 혼자 갔나?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자기 내면의 또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과정으로서, 심층적 내면의.....


Q: (말끊으며) 됐다. 그래서 혼자 갔나?
혼자 갔다.


Q: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나?
아니다. 그냥 자유 여행이었다. 출발할 때까지도 모든 일정이 조금 불확실했다.


Q: 그런데 어떻게 여행이 가능했나?
아는 여행사 사장님이 도움을 주셨다. 울란바토르 공항에 한국말을 하는 몽골 대학생이 가이드로 나올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친구를 공항에서 만나고 이후 호텔에서 일정을 조율했다. 여학생이 나올 줄 기대했는데 남학생이어서 조금 실망이었다.


Q: 됐다. 몽고 도착했을 때의 첫 인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Lonely Planet 사이트의 몽골편을 보면 이런 말로 시작한다. 몽골로의 여행은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라기보다는 다른 시대로의 여행이라고. 아마도 한국인에게는 이 말이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퇴락한 건물과 도로 사이에 한국차가 넘쳐나고,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으니 말이다. 간판의 문자와 생경한 경관을 제외한다면 마치 70년대의 서울에 있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Q: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한국차가 많은가?
2004년말 현재 몽고 등록차량의 76%가 한국차라고 한다. 그많던 엑셀과 엑센트가 어디갔는가 했더니 다 몽골에 있더라.


Q: 몽골 내 여행 목적지는 어디어디였나?
울란바토르, 몽골 서북부 국경 근처의 호수인 흡스굴호수 그리고 울란바토르에서 동북부쪽으로 75km 떨어진 테렐지 이 세곳이 여행 목적지였다.


Q: 사진에 많이 나오던데 흡스굴 호수는 어떤 곳인가?
울란바토르에서 서북부로 88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되겠다. 크기는 충청북도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이 곳의 물이 흘러 러시아의 바이칼호수로 들어 간다. 주변에 높이가 2,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정말 너무 아름답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파란 하늘과 큰 나무들.. 물이 얼마나 맑은지 물밑의 조약돌이 다 보이고 수심이 잘 가늠이 안갈 정도다. 고기도 졸라 크고..  그리고 또....(이하 주절주절)


Q: 됐다.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좋은 곳인가 보다. 근데, 그 먼 곳을 어떻게 갔나?
자동차 빌려 갔다. 몽골에서는 자동차 빌리면 운전수도 함께 빌려야 한다. 외국인이 차만 빌려 운전하며 돌아다니는 것은 거의 100% 불가능하다. 너 같으면 그냥 초원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길 찾겠냐?


Q: 몽골이 도로 상태가 안좋다고 하던데 울란바토르에서 흡스굴까지는 자동차로 얼마나 걸리나?
1박 2일 잡으시면 되겠다. 나같은 경우 5월 30일 오전 11시에 울란바토르 호텔에서 출발해서, 5월 31일 오후 6시에 흡스굴 숙박지에 도착했다. 중간에 3시간 차에서 잤고, 차가 몇번 고장났고, 밥도 좀 먹었고, 초원에서 똥도 좀 싸고 그랬다. 그리고 전체 880km 중 포장된 곳은, 내 어림으로는 약 350km 정도 밖에 안된다. 포장도로라고 해서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도로 중간이 파여있고, 길어깨 부분이 유실되어 있고 뭐 그렇다. 그래도 뭐 몽골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좋다. 나머지는 비포장도로라기 보다는 그냥 산길이다. 길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뭐 이런 식으로 상상하면 되겠다. 상상이 잘 안될거다.


Q: 고생이 많았겠다.
고생이 실제로 많다. 이런 식의 자유여행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특이 깔끔함과 편리함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이런 여행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 오줌 마려우면 그냥 차 뒤에서 조금 떨어져서 그냥 봐야지, 똥은 또 어떻겠는가? 그리고 잠도 차에서 그냥 널부러서 자야하고 말이다. 차도 매우 심하게 흔들리므로 멀미를 잘하는 사람은 아마 매우 힘든 여행이 될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은 꼭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다.  참고로 흡스굴 같이 갔던 몽골여인 조모는 이런 여행에 익숙한지 매우 숙달된 시범을 보이더라.


Q: 근데 비행기로 가는 방법은 없나?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흡스굴 호수의 들머리 도시, 아니다 그냥 마을인 하트갈까지 가는 비행기가 있고, 울란바토르에서 흡스굴주의 수도인 무릉까지 가는 비행기가 있다. 전자는 거의 100% 관광객을 위한 부정기항로이고, 후자는 정기항로로 보이던데 둘 다 소형 프로펠라 비행기 타고 가는 거다.


Q: 비행기가 있는데 왜 차로 갔나?
몽골 여행의 꽃은 초원 자동차 여행이라는 아는 여행사 사장님의 말에 넘어가서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몽골의 고원 평야, 정말 아름답다. 어쩌면 진정한 몽골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이런 고원 평야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아니면 비행편 잡기도 쉽지않고, 설사 비행기로 무릉이나 하트갈에 갔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곳에서 흡스굴 호수까지 가려면 무릉에서 차로 3시간, 하트갈에서 차로 30분 정도를 더 가야하는데 개인여행자를 위한 그런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또 거기에서 차 빌려서 가든지 해야 한다.


Q: 흡스굴 호수 사진을 보니 얼음으로 가득하던데 언제 녹나?
올해는 6월 10일 경에 모두 다 녹는다고 하더라. 내가 약 1주일 정도 빨리 간 셈이다. 갈 때도 그곳에 얼음으로 가득하리라는 것은 알고 갔으니 후회는 없다. 다만 혹시나 흡스굴 호수에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6월 10일에서 6월 25일 사이가 적기가 아닌가 싶다. 6월 20일 이후부터는 관광객이 매우 많이 몰려 든다고 한다. 물론 사람많은 것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 관계가 없겠지만.. 여하간 몽골은 7월, 8월이 성수기로 모든 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숙박 시설 잡기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아님 아예 9월 이후에 가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참고로 올해 7월, 8월에 한국에서 몽골가는 비행편은 거의 다 예약이 끝났다고 하더라. 요사이 몽골 많이 가더라. 왜? 좋으니까!!


Q: 테릴지는 어떤가?
테릴지도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내가 실수를 했다. 흡스굴과 대평원을 돌아본 뒤 테릴지를 방문하니 솔직히 그 감흥이 많이 떨어지더라. 한국에서 오는 3박 4일 관광객은 대부분 이 테릴지에서 1~2박을 하는데 이 사람들은 테릴지가 너무 아름답다고 막 그런다. 혹시나 몽골을 방문할 때면 꼭 마지막에 흡스굴을 가라. 그래야 감흥이 배가 될 것이다.


Q: 그런 그렇고...  사진을 보니 젊은 여인이 심심찮게 보이던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개인 여행이라고 하지 않았나?
흡스굴 호수를 갈 때 동행한 사람은 가이드한 몽골대학생의 사촌누나되겠다. 이름이 조모다. 그리고 테릴지에 갈 때 동행한 사람은 가이드한 몽골대학생의 여자친구의 친구되겠다. 이름이 졸라다.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어차피 더 드는 비용이야 밥값(끼니당 1500원 정도) 정도이니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심정으로 같이 다녔다. 숙박이야 같은 게르(4인용)에서 다 함께 자니 더 들 비용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 많이 나갔다..... 날이면 날마다 술을 마시느라 돈 많이 나갔다. 그냥 숟가락 하나 더 놓는게 아니더라..... 그리고 정말 몽골에 있는 내내 저녁마다 보드카 먹느라 많이 힘들었다.. 으..... 하루당 4병씩은 마셨으니 아마도 술값으로만 꽤나 나간 것 같다. 으............... 그래도 좋았다..


Q: 젊은 남녀가 함께 여행하고 숙박하면 이상하지 않나? 뭔가 썸씽이나 별일이 있었던 것 아닌가?
나는 평생을 하늘을 우러러 몇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이번 몽골여행에서도 몇점 부끄럼이 없다. 이 말로 모든 대답을 가늠하겠다.


Q: 몽골이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곳이라 해프닝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에.... 그러니까 그런 해프닝이 없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런 경우 불심으로 대동단결하고 사도행전 16장 31절을 외며 온갖 곤난과 유혹으로부터 내 자신을 지켰다고 할 수 있겠다.


Q: 진짜냐? 내가 알기로 너 그런 놈이 아닌 걸로 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Q: 몽골 여행시 느낀 점이 있다면?
흡스굴 호수로 갈 때 차가 자꾸 고장이 나는 것이다. 나는 흡스굴 호수를 빨리 가서 빨리 보고 싶은데 말이다. 이러다 못가는 것 아닌가 자꾸 조바심도 나고 말이다. 근데 두 번인가 고장이 나니까 갑자기 마음이 더 편해지더라. 왜 내가 이리도 흡스굴 호수에 조바심을 내는가 하며 말이다. 어차피 이건 내 여행이고, 이 여행의 목적은 쉼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며 말이다. 그 뒤로는 차 고장나면 그냥 풀밭에 누워 MP3 듣고, 뒹굴뒹굴하거나 돌아다니며 사진찍고 그랬다. 똥 마려우면 똥 싸고. 차 고장나도 조바심도 안나고, 뭐 언젠가는 흡스굴 호수에 가겠지 뭐.. 그러면서 말이다....ㅋㅋㅋ 올린 사진 중에 꽤나 많은 초원 사진이 차 고장났을 때 찍은 것 되겠다. 결국 그래도 나는 흡스굴 다녀 왔다.


Q: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하던데?
너도 알다시피 13세기 ~ 14세기에 우리 고려가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았냐? 그때 고려에서는 몽골풍의 의복과 문화가 유행하고, 몽골식 이름도 짓고 그랬다. 어린 처녀들을 몽골에 조공받치지 않으려고 조혼 풍습이 생겨나고 말이다. 어찌보면 지금, 정확히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이더라. '명동'이라는 단어가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며, 한국 상품, 드라마, 음악이 몽골에 넘쳐나고, 한국 사람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어떤 세련됨의 기준으로 통용이 되고 말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많은 몽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을 온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날, 그러니까 정확하게 어제 새벽,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은 몽골인에게는 큰 이별의 장소였다. Working Visa를 받아 한국으로 일을 하러 떠나는 남편과 아들과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를 떠나 보내는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과 슬픔과 격려와 함성과 그리고 눈물이 교차하는 그런 곳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진 이들은 이제 3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일하러 떠나는 이들이 모두 입고 있던 몽골노동부 표시의 붉은 조끼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시린 이별, 그것은 언제나 사람을 아프게 한다. 참고로 몽골 전체 인구 240만 중 4만명이 현재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Q: 이런 이야기도 다 하고, 너 참 멋진 놈이구나.
원래 난 항상 멋졌다. 너네들이 몰라서 그렇지...


Q: 그건 그렇고 회사일을 팽개치고 이렇게 오랫동안 놀러 다녀도 되나?
억울하면 너도 사장해라.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디지틀 노마디즘이니 21세기 노마디즘이니 이런 소리 집어치우고, 몽골이나 다녀와라. 그럼 사는게 뭔지 느껴질 거다.


Q: 장시간 고생했다.
너도 똑같은 놈이 두 명인척 하느라 고생했다.


2005년 6월 8일

몽골의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않으려 늦게까지 쓰다.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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