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리랑카의 명소 시기리아(Sigiriya)입니다. 높이 200m 가량 되는 저 바위산 위에 1,600년 전에 지어진 요새와 궁전의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거대한 바위산을 오르며 아픈 다리가 치유되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아침에 택시를 급하게 타다가 왼쪽 무릎을 차문에 찧어 다리를 다쳤거든요. 지난 1주간 다리를 절며 다녔습니다. 근데,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검사하고 약 먹으면서도 과연 내가 이 시기리아를 오를 수 있을까만 걱정했습니다. 1주일 동안 열심히 치료한 덕분인지 많이 좋아지기는 했습니다만 다리를 굽혔다 펴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여전히 통증이 왔습니다.
시기리아에 도착해 첫 계단을 오르니 아니나다를까 통증이 오더군요. 과연 이 1,200계단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었습니다. 처음에는 왼쪽 무릎의 통증이 자꾸 신경쓰였지만 조금더 오르니 이제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거슬렸고 정상 가까이 가니 두 허벅지의 팽팽함과 거친 숨이 저를 괴롭힐 따름이었습니다. 꼭대기에 올라 벅찬 환희를 느끼다 문득 제 왼발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는구나. 문득 그 분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시기리아 입구에서 찍은 사진. 평평한 밀림 위에 200m 높이의 거대 바위가 툭 불거져 있다.
시기리아는 영국 지배 당시에 재발견(?) 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간행된 우표
매표소 옆에는 시기리아 박물관이 있다. 여기에 프레스코를 복제해 놓은 곳이 있다. 보통 외국인 관광객은 매표소 쪽으로 다시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표를 산 뒤 바로 박물관을 둘러보는 게 좋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프레스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유일한 아프리카 여인이다.
인도도 그렇고 서남아시아에서는 이렇게 평화롭게(?) 잠을 즐기는 개들이 많다.
8각형 연못(Octagon Pond)
시기리아의 모습. 지상에는 정원, 해자 등이 남아 있다.
이런 계단을 1,200개 가량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조금 벅차기는 하지만 그렇게 힘든 정도는 아니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잘 오른다.
저 계단을 타고 오르면 프레스코를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원본에 대한 사진 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훼손사건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거울벽(Mirror Wall)이다. 예전에는 광을 워낙 잘 내놔서 이 벽 옆을 지나로라면 사람의 모습이 비춰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거울벽.
조금씩 높아진다. 올라가며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도 좋다.
오르는 계단 옆에서 많은 원숭이들이 무심히 사람들을 구경한다.
소위 '사자의 발' 앞에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중.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면 이렇게 옛 궁전과 요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서기 5세기 경에 이 높은 바위산에 이렇게 벽돌을 쌓고 나무집을 지어 궁전과 요새를 지었던 것이다.
여기는 식수원으로 썼던 우물이다. 내리는 비를 모아서 자연스럽게 우물을 만들었다고.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을 이렇게 조달하지는 않았고 지상에서 많이 가져다 썼다고 한다.
시기리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정상에서는 지상 정원과 주변 밀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초만 남은 시기리야 유적과 주변 정글의 모습.
주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즉, 천혜의 요새였다는 의미다. 더불어 지상에 해자를 파고 그곳에 악어를 풀어놨었다고 한다. 방어에 최적화된 요새자 궁전이었던 셈.
보이는 곳이 옛 수영장이다.
갑자기 구름에 휩싸이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구름 속의 수영장.
바위를 그대로 이용해 만든 수영장이다.
수영장 위에 있는 왕좌. 이곳에서 주변을 관조하며 하루를 즐겼으리라.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문든 Katy Perry의 노래 'Roar'가 떠올랐다.
"I got the eye of the tiger, a fighter, dancing through the fire. 'Cause I am a champion and you're gonna hear me roar. Louder, louder than a lion."
시기리야 건축의 특징은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한 채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건축이었다고 한다.
지상에 있는 왕좌.
코브라 바위.
시기리야는 처음에는 궁전이자 요새였으나 후대에 불교 사원으로 바뀌었다. 외침에 신경쓸 일이 적었던 불교 성직자들은 주로 지상에서 참선과 예불을 했다고 한다.
2018년 12월 13일
신상희
'해외여행 > 2018년 스리랑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리랑카 마운트 라비니아 호텔(Mount Lavinia Hotel) (0) | 2018.12.15 |
---|---|
스리랑카 담불라 동굴 사원(Dambulla Rock Cave Temple) (0) | 2018.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