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에 모사하고, 가상 세계에서 각종 시뮬레이션, 최적화, 예측 작업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다시 현실 세계에 반영하는 일련의 시스템과 과정을 일컫는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리허설을 가상 세계에서 해 봄으로써 사전에 관련한 영향을 파악하고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며 불필요한 갈등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디지털트윈은 지금껏 ‘통제된 환경’이 가능한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의료, 도시 분야까지 그 응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도시 관리,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의 도입과 적용은 기술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사물인터넷(IoT), CCTV, 드론, 라이다, 자율주행차, 모바일 매핑시스템(MMS), 지구관측위성, 스마트폰의 보급과 확산은 과거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지구 상의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그리고 인터넷과 5G를 활용한 연결성은 공간정보의 실시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도시 내 객체와 현상을 각종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모델링함으로써 가상 공간 속에 도시를 재현해낼 수 있는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도시 문제 또한 디지털트윈을 통해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제시했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도시관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 관심사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분야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buildingSMART와 공간정보 분야 국제표준화기구인 OGC은 디지털트윈의 근간이 되는 BIM과 GIS 데이터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BIM의 선진국 영국 또한 디지털트윈 도입에 적극적이다. 영국은 캠브리지대학교의 CDBB(Center for Digital Built Britain)에 국가디지털트윈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트윈 적용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2019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미국, 인도 등에서 디지털트윈 기반의 다양한 스마트시티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또한 2019년 국가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 이후 LX국토정보공사, LH토지주택공사, 시흥시 등에서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시티는, 효율적인 도시 서비스와 인프라 최적화, 빠른 상황 인지와 대응성 향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방재 역량 제고, 여러 분야 간의 협력 증진, 자산과 시설물 관리 비용 감소 등과 같은 기대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 구현은 그 장밋빛 이미지와 달리 여러 우려와 위험이 함께 하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트윈에 대한 과대 홍보와 과도한 기대, 여러 분야 시스템과 정보를 통합할 때 발생하는 디지털트윈 구축과 관리 비용 증가, 해킹 당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문제, 부족한 전문 인력, 미흡한 표준화와 산업계 협력 등이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 구축의 위험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트윈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분야와 연계, 융합될 때 발휘되므로, 개별 분야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를 아울러 보는 통합적 관점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터전이자 일터인 도시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를 통해 관리하고 해결하려면 현재까지의 한계를 되짚어 보고 실제 이용자인 주민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많은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시티는 데이터 기반의 기술중심성이 강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도시란 거대한 데이터 생산공장이다. 도시 내 여러 활동과 상태는 각종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되고 계량화되어 컴퓨터를 통해 빠르게 분석된다. 디지털트윈이나 스마트시티에서는 예외 없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를 더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 노력한다. 다만, 거주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계량화하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 교유관계, 소속감, 정주의식, 안정적 주거 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즉, 측정할 수 있는 것만 측정하고 그 값에 의지해 정책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

도시관리의 최적화와 효율화는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의 주요 기대효과로 꼽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과 도시의 관계, 시민과 시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에서 도시란 위에서부터 주어진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일 뿐 주민 공동체가 '함께 가꾸는 삶의 터전'이 아니다. 앱을 보다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가는 우리는 더 이상 정류장 벤치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지 못한다. 아무 생각 없이 정류장에 나갔다가 이웃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는 사라져만 간다.

도시의 주인은 인간이지만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에서 주민은 암묵적으로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는 수동적 존재다. 주민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최적 행정서비스란 사실 백화점 고객서비스의 공공 버전인 경우가 많다. 작은 서비스 빠르고 친절하게 잘 제공하지만 크고 중요한 문제에는 답을 주지 못 하고 눈을 감기도 한다.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시민 참여’ 활성화이지만 현재까지 제시되는 시민 참여의 방식들은 고장난 공공시설물을 신고하는 ‘생활불편신고앱’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AR/VR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 참여 도시 계획이나 설계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에서 지금의 도시는 언제나 두통거리로 묘사된다. 교통은 혼잡하고 환경은 오염되었으며 대기질은 최악이고 도시화와 주거문제는 이제 한계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가 필요하다고 한다. 찬찬히 돌아보면 이런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았던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리 옛 신화에 나오는 바리공주는 서천꽃밭에서 가져온 꽃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되살려낸다. 바리공주는 뼈살이꽃과 살살이꽃, 피살이꽃으로 부모님의 육신을 복원한 뒤 숨살이꽃과 혼살이꽃으로 부모님을 온전히 되살려낸다. 육신과 혼이 하나가 될 때야만 살아 숨쉬는 생명이 됨을 암시한다.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며 어쩌면 우리는 물리적 인프라와 첨단 기술 구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봐야 한다.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하고 제어가 가능한 제조 공장과 달리 도시의 주인공은 사람이며 사람의 여러 속성은 측정 가능하지도 제어 가능하지도 않다. 앞으로 디지털트윈과 스마트도시의 성패는 결국 이 도시에 어떤 혼과 삶을 담을지에 따라 결정될지도 모른다. 서천서역으로 먼길을 떠났던 바리공주가 바랬던 건 부모의 육신이 아니라 온전한 삶과 생명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Source: ncms.nculture.org/traditional-stories/story/553>

 

2020년 11월 2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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