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추적자신화 추적자 - 8점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1. 제임스 힐튼의 샹그리라는 지질학자 조셉 록이 1924년부터 1935년에 걸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 발표한 윈난성 여행기와 사진을 참조하여 묘사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주장임.(김윤식, 샹그리라를 찾아서, p192)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중국 정부는 1997년 윈난성 디칭장족 자치주의 중톈을 샹그리라고 공식 발표하였으며, 2002년에는 현 이름마저도 샹그리라 현으로 개칭하였음.(이해선, 내마음 속의 샹그리라, p260)

2. 한국 사람이 쓴 다른 책에서도 대부분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고 있음.(M&J, Road to Shangrila, p309) 결국 제임스 힐튼이 조셉 록의 여행기와 사진을 보고서 이를 참조하여 '샹그리라'를 그려냈다는 것. 하지만, 김윤식, 이해선 및 M&J라는 한국 저자들은 대부분 중국 측 주장에 근거해 이를 자신들의 책에 기록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듬.

3. 이에 반해 영국 BBC 다큐멘타리 PD인 마이클 우드는 그의 책 <신화추적자In Search of Myths & Heroes>에서 이런 시각과는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 줌. 제임스 힐튼이 주로 참고한 것은 어쩌면 1626년 출간되었다가 1930년대에 다시 영문판이 출판되었던 안토니오 안드라데(Antonio Andrade)의 티벳여행기일 수 있다는 것임.

4. 힐튼의 책에서 샹그리라에 도착한 서구인들은 라마 사원의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그곳에 있는 세계 문학의 위대한 작품들을 열거하는 가운데 안드라데의 <티베트 발견Discovery of Tibet>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 안드라데는 어림잡아 400년 전에 인도의 델리, 하르드와르를 거쳐 티벳의 톨링, 차파랑 등을 여행했던 인물..

5. 이리 되면 힐튼이 자기 마음 속에 그리고 있던 샹그리라는 윈난성이 아니라 저 서부 티벳의 깊은 고원 어딘가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점.. 마이클 우드는 힐튼이 가상의 샹그리라를 창조하면서 마음에 두었던 실제의 장소는 분명(!) 차파랑과 톨링이라고 단언하고 있군.. 이 두 곳을 찍은 최초의 사진들이 실린 투치(?)의 사진집이 발간되어 온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힐튼이 책을 구상하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고 하는군..

6. 1930년대 전쟁의 암울한 기운이 전 유럽을 감돌고 있을 때, 어쩌면 유럽인들은 티벳 저 고원너머에 평화롭게 생활하는 이상향 공동체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기도 하였을 터.

7. 힐튼이 아니고서야 그가 무엇을 보고 듣고 혹은 읽고서 샹그리라를 묘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을 터인데, 소설 속에 있다고 하면 끝일 것을... 왜 사람들은 그 소설 속의 이상향을 역사와 증거와 문헌을 통해 찾아가는 것일까? 이게 가끔 궁금하더이다.. 이미지와 현실.. 그 부조화가...

2007년 11월 6일

http://endofcap.tistory.com2007-11-23T12:01:470.3810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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