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착, 애착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결속 애착이고, 다른 하나는 중력 애착이다.
결속 애착은 볼트와 너트처럼 서로 존재가 다르지만 마치 하나처럼 간주하는 애착이다. 다른 존재지만 상대방이 없을 때 자신 또한 존재의의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볼트의 선이 조금만 뭉개지거나 틀어져도 너트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틀과 생각이 우선이다. 유치원 아이가 자신이 만든 꽃을 선생님이 가슴에 달지 않았다고 우는 이유다. 미숙한 사랑이자 집착이다.
중력 애착은 지구가 태양을 돌 듯 달이 지구를 돌 듯 서로의 영향권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함께 하는 애착이다. 서로를 바라보며 회전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 가끔은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며 궤도가 달라지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원래 궤도라는 것도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다. 존재의 중력이 영향권을 만들었을 뿐이다. 유연하고 성숙한 사랑이자 집착이다.
좋든 싫든 애착은 기대를 낳고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부처는 집착을 단칼에 끊어내라고 주문하지만 나 같은 필부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애착 자체는 형태도 없고 죄도 없다. 애착의 발현이 문제일 뿐. 애착이 스토킹이 될지 열정이 될지는 결국 그 애착이 어떤 그릇에 담길지에 달려있을 뿐이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라는 서정윤 시인의 옛 시구를 우연히 보고 몇 자 적었다.
2023년 10월 5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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