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청주 사시는 장모님한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딸애가 할머니 보고 싶다고 세종에서 자전거 타고 청주로 오는 길이라며 이 무더위에 어쩌면 좋냐고.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 이게 뭔 이야기인가 싶어 잘 이해가 안 되다가 아, 내 딸이라면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애다 싶어 상황 파악을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세종 집에서 청주 장모님 댁까지는 대략 50km 거리다. 내가 자전거 타고 가끔 그 근처까지 왕복하며 거리를 찍어봐서 안다. 애 경험과 체력을 고려했을 때 자전거 타고 편도로 갈 만한 거리이기는 한데 문제는 거리가 아니었다. 청주 무심천을 벗어나면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위험하고, 또 평소와 달리 여름이라 체력적으로 상당한 무리였다. 마음 한켠에서는 응원하고 싶었지만, 무더운 여름 초행 자전거 길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애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자마자 다시 장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애가 마음을 바꿔 오송역에 자전거를 받쳐두고 버스 타고 오기로 했다고. 애한테서도 오송역에서 버스 타고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이라고 연락이 왔다.
하도 어이가 없어 이 상황을 옆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사장님은 그 나이 때 더 심하지 않으셨냐고 되묻는다. 생각해 보니 나도 고2 여름방학 그 무더위 때 친구들이랑 자전거 끌고 광주에서 담양에 있는 광주댐에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심했으면 더 심했구나 싶다. 부전여전이다.
애는 할머니 만나 용돈 받고 비싼 저녁 얻어 먹고 버스 타고 다시 오송역으로 왔다. 오송역에서 자전거 타고 세종으로 돌아가겠다는 연락이 왔길래 밤이라 어두워지고, 아빠가 곧 오송역에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오송역에서 만나 애를 보니 선글라스를 비롯한 풀착장이었고, 백팩에 간식을, 보온 텀블러에 얼음물까지 준비한 채 자전거를 탔다. 걱정과 달리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할머니 집으로 출발한 건 아니었다. 저녁을 먹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 오송역에서 그 맛있다는 크리스피 도넛을 사서 먹었는데 그래도 한 조각은 아빠를 위해 남겨뒀다며 내게 건넨다. 애 자전거를 차에 싣고 함께 세종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벌, 연예인, 그리고 내 딸 걱정은 하는 게 아니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오송역에서 자전거 대신 버스 타고 할머니 집에 가기로 맘을 바꿨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오송역이 청주고 할머니 집도 청주라 그냥 근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근데 할머니랑 통화해 보니 전혀 다른 동네라는 사실을 깨닫고 할머니 말대로 버스 타고 갔다고. 아직 애는 애다.
2026년 8월 1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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