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주가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어떤 두 회사의 지난 4월 1일의 주가를 살펴 보자. 지난 주 4월 1일에 한 회사는 $29.94의 종가를 기록했고, 다른 회사는 $29.16의 종가를 기록했다. 이 두 회사는 어떤 회사들일까? 힌트를 주자면 전자는 NYSE에 상장되어 있고, 후자는 NASDAQ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다. 만약 이 두 회사의 주가 만을 보고서 회사 이름을 맞췄다면 이 글을 계속 읽는 대신에 바로 주식 거래에 뛰어드는 편이 나을 것이다. 첫 회사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로 유명한 Red Hat이며 후자는 독점 소프트웨어 회사로 유명한 바로 Microsoft이다. 어떻게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를 하는 Red Hat의 주가가 전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Microsoft 보다 더 높을 수 있단 말인가?(물론 지난 12개월 간의 EPS - Earning Per Share를 보면 Microsoft사의 실적이 얼마나 좋은지 바로 알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그 이유에 대해 레드햇의 사장인 짐 화이트허스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레드햇은 성장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http://bit.ly/9stE45 



2. 내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나는 왜 오픈 소스 GIS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사회적 공헌, 개인적 만족감 등의 심리적 요인도 있었지만, 가장 실질적인 요인은 바로 경제적인 이유에 있었다. 즉, 만약 오픈 소스 GIS를 활용한다면 더 빠른 소프트웨어 개발과 더 많은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GIS 분야는 다른 소프트웨어 분야에 비해 그 변화나 기술적 혁신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시장이나 고객이 GIS 소프트웨어 업체에 요구하는 기술적 사양이나 수준들은 이제 작은 GIS 회사 자체 내에서 해결하기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기능과 더 많은 시스템과의 상호 운영성과 더 많은 표준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고 더 거대해지고 있으며 관련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프로그래머 수가 채 20명도 안되는 회사가 과연 그 많은 기술적 요구 사항과 시스템 복잡성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시스템을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야, 우리 회사의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지만, 사람은 사람인 것이다. 자, 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회사 외부의 훌륭한 프로그래머와 소프트웨어들을 회사 자원으로 내재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회사 외부의 좋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마치 우리 회사 자원처럼 사용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과 기회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이 사실 나의 오픈 소스 GIS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아래와 같은 GIS 관련 표준을 모두 준수하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는 게 작은 회사에 가능이나 할까?>

GIS 분야 표준들이 표준을 다 지키란 말이다!!



3. 나는 우리 회사처럼 작은 회사에서나 이런 식의 혁신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세계적인 IT 회사인 IBM이나 P&G,  혹은 Merck 같은 다국적 대기업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R&D를 통해 개발되는 제품의 60%는 상품화되기 전에 이미 폐기되며, 상품화되는 제품의 40% 또한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한 채 사장된다. 결론적으로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 개발된 제품의 24% 만이 시장에서 빛을 본 채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 혁신 속도가 매우 빨라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이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 즉, 이익을 회수하기도 전에 - 퇴물로 취급되기도 한다. 돈은 엄청나게 투입해서 겨우 성공한 제품 하나 만들었는데, 제품의 주기는 너무 짧으니 얼마나 많은 수익율 하락의 압박을 받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두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혁신 방법론이 바로 Open Innovation이다.
 
<Open Innovation의 개념도>


즉, 자체 내부 자원 만이 아니라 과감하게 외부 자원 또한 활용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혁신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회사 외부에서 개발되었거나 제품화되었다면 NIH(Not Invented Here)와 같이 비하적으로 지칭되던 것들이 이제 과감하게 PFE(Proudly Found Elsewhere)와 같이 지칭되고 있는 것이다. Open Business Model은 이와 같이 과감하게 회사 내외부의 자원을 통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을 이끌어 냄으로써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마찬가지인 거다. 갈 수록 고객의 눈과 요구 사항은 높아만 가고, 경쟁은 치열해 지고, 지속적인 수익율 하락의 압박에 고전하고 말이다. 과거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Open Business Model의 개념도>


4.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R&D는 회사 조직 내부에서 수행되고, 또 이렇게 개발된 기술이나 역량은 일반적으로 회사 외부로는 잘 공개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물론 아웃 소싱이나 외주를 통해 R&D의 많은 부분이 수행되지만, R&D의 핵심 부분은 여전히 회사 조직 내에서 직접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R&D 수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한 회사나 조직의 혁신 역량 즉, R&D 역량은 결국 회사 조직 내의 역량에 의해 한계지어진다고까지 극단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기에 삼성전자가 2만 7천 명에 가까운 R&D 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P&G가 9천 명이 넘는 R&D 인력을 보유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 이제 전통적인 R&D를 넘어서 C&D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C&D란 Connect & Development의 약자로서, 대부분의 기술 개발을 자체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전통적인 R&D와 달리, 외부의 창의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과감히 회사 조직 내부로 유입시킴으로써 기술 혁신의 속도를 증가시키고 회사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C&D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항상 P&G가 거론되는데, 2000년에 P&G의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한 A.G. Lafley의 새로운 정책과 그에 따른 성과 때문이다.(사실 Lafley는 바로 얼마 전에 퇴임했다.)

<A. G. Lafley>


2000년에 P&G의 회장으로 취임한 Lafley는 업계 최고의 R&D 조직으로 인정받던 P&G의 R&D팀의 성과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회사의 연구원들이 회사의 수익을 크게 증가시킬 만큼의 획기적인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10년 내로 P&G의 모든 제품과 기술 중의 50% 가량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C&D 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선언했다. 많은 내외부의 조직적인 반발과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판단과 정책과 실천이 옳았다는 사실이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C&D를 도입한 P&G의 성과>


Lafley의 C&D 방식은 요즘 유행하는 소위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방식과 유사하다. P&G는 NineSigma라는 첨단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YourEncore라는 은퇴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원했으며, 175개 나라의 12만 명의 기술자가 참여하는 Innocentive라는 기술자 네트워크를 개설하고 운영 중이다. P&G는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사실상 전 세계의 150여 만 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매우 빠르고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 것이다. 이 방식의 특징은 더 많은 사람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하면 더 빠른 시간에 더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즉,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위해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범위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회사 내부의 9천 명보다는 전 세계의 150만 명이 조금 더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출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C&D의 방식에서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간 방식이 아마도 R&We가 아닐까 싶다. R&We는 대충 Research & We 뭐 이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며, Wharton School에서 나온 ' We are smarter than me'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이 아닌가 나름 추측해 보고 있다. 여하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가 바로 이 R&We의 개념에 포섭되는 게 아닌가 싶다. R&We의 핵심은 '우리라는 다수에 의한 R&D'이다. 이 개념은 커뮤니티의 힘과 참여를 이용한 개발과 혁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핵심은 '커뮤니티는 항상 옳다'는 점이다. 그리고 꼭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는 기꺼이 당신을 위해 일을 해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이 부분은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에서도 다루어지는 부분인데, 돈을 주면 오히려 커뮤니티의 동기 유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 우리 회사 조직 외부의 혁신적인 인력들이 돈을 받지 않고서도 커뮤니티를 구성해 나의 사업과 혁신을 도와주고 참여하며, 이에 더해 그들과 우리가 함께 개발한 것을 그들이 구매해 주기도 한다는 점!! 얼마나 혁신적인가? 


이러한 R&We라는 관점에서 Open Source S/W 비지니스를 바라본다면 앞서 내가 지적했던 뛰어난 외부 개발자의 내재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의 핵심은 다름 아닌 '커뮤니티(그것이 개발자든 아니면 사용자든 아니면 실제 고객이든)의 참여와 소통'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어찌보면 오픈 소스 소프트에어 비지니스 모델은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또 다른 개념과 만나는 게 아닌가 싶다. 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노동을 즐거움으로 탈바꿈시켜 친구들에게 팔았던 톰 소여가 과연 악동이기만 한 것일까?


5. 나는 지금껏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를 독자적인 어떤 특별한 것으로 알아왔으나, 실제 비지니스나 경영 관련 서적에서는 이미 이러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관련 비지니스를 Open Business Model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혁신하는 방법 또한 일종의 Open Innovation으로 간주하고 말이다. 앞에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술적 혁신과 개발을 R&We의 관점에서 바라봤는데, 사실 이러한 R&We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에서는 이미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커뮤니티 혹은 크라우드 소스 기반의 새로운 개발 방법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고전으로 여겨지는 Eric S. Raymond의  "The Cathedral and the Bazaar"를 보면 이러한 내용이 잘 나와 있다. Raymond 또한 오픈 소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었지만, 어떻게 훌륭한 몇 명의 아키텍쳐의 명확한 지시와 지도 없이도 Linux라고 하는 상용에 버금가는 운영체제가 개발되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 원인으로 집단 지성의 힘을 지목하고 있다.


결국 오픈 소스 개발 진영은 이미 한 20여 년 전부터 지금 유행하는 크라우드 소싱에 기반한 혁신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혁신 체계는 인터넷과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네트워크 기반을 확장하였으며, 그러한 결과가 최근의 폭발적인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일종의 임계점을 넘으며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되었다고나 할까? 많은 학자들은 오픈 소스 진영이 기존 상용독점 소프트웨어와 사실상 경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시점으로 2006년을 많이 지목하고 있다. 

Network Effect



Open Source Projects의 성장


6. 자, 이제 사업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과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는 우리에게 구세주일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마케팅 법칙이 나온다. "최고가 아니면, 최초라도 되라!" 그렇다. 일단 나의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의 GIS 시장에서 오픈 소스 GIS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앞의 마케팅 법칙을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실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를 실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다시 개인적 판단을 이야기하자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결국 일종의 사업 방향에 대한 판단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회사들이 Open Innovation과 Open Business Model을 통해 좋은 성과를 냈는데 그렇다면 다른 회사들도 그러한 회사들처럼 그러한 정책을 실행한다면 성공하는 것일까? 답은 글쎄다. 관련 논문에서도 나와 있지만, Open Innovation을 하고 Open Business Model을 실행하여 성공한 회사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철저하게 유지한 채 자신들의 핵심 역량이 아닌 부분에 대해 'Open' 했다는 점이다. 즉, IBM의 핵심 역량은 운영체제가 아니었기에 Linux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Microsoft의 핵심 역량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의 핵심 역량인 IT Service 시장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P&G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제품 기획 능력과 마케팅이라는 자신들만의 최고 핵심 역량이 있었기에 이를 유지하면서 다른 부분에 대해 과감하게 Open Innovation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즉, Open Innovation, Open Business Model 혹은 Open Source SW 비지니스 정책을 펼친다고 우리의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픈 소스 혹은 오픈 비지니스 모델은 결국 현재와 같이 격화되고 있는 경쟁과 비용 상승에 대응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 혹은 대안이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절대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Open Source SW 비지니스 혹은 크게 봐서 Open Business Model을 당신의 회사에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답은 결국 당신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지 마시오, 당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대답을"이라는 브레이트의 싯구를 다시금 상기할 때다. 

<Bertolt Brecht : "기대하지 마시오, 당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대답을!!">


2010년 4월 6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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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민호 2010.04.19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도소프트 박민호부장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말에 동감합니다.
    "기대하지 마시오, 당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대답을"
    항상 문제의 답은 자기 자신이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를 본인이 잘
    알고 가장 절실히 해결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 Favicon of https://endofcap.tistory.com BlogIcon 뚜와띠엔 2010.04.19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제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해도 결국은 실천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그에 따른 이득과 손해가 함께 따르겠지요..

      항상 잘 지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