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혼 후 처음으로 내 처랑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둘 다 쉬는 토요일이라 며칠 전부터 벼른던 일이었다. 뭘 볼까는 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서울 시내 전체에 걸린 영화수는 8개도 안된다. 영화 장르가지고 부부싸움할 일을 미리 없애 준 자본의 힘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몇몇 영화 제하고 나니, 그냥 '툼레이더'로 결정나고 말았다. 내가 어느 정도 입김을 넣은 것이 효과를 본 셈인데, 이는 우리 회사 젊은(?) 개발자들이 툼레이더를 보러 가자며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던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회사 개발자들이 말한 것은 툼레이더가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였다. 안젤리나를 꼭 봐야한다나? 안젤니나 졸리보다도 아름다운(?) 여인과 항상 살을 맞대고 지내는 나로서는 별로 내키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젊은 개발자들의 문화를 공유해야한다는 어떤 강박이 나를 그 영화 보게끔 이끌었던 것 같다.(거짓말이 너무 심한가?) 여하간..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지금 영화 본 지 몇 시간도 안지났지만 영화 줄거리 하나도 생각안난다. 인디아나 존스 줄거리에 최근의 유행인 액션과 경쾌한 음악을 뒤섞는 장면 처리 정도만 기억날 뿐이다. 적당한 스토리에 매끈한 액션장면과 특수 효과를 버무린 비빔밥에 '안젤리나 졸리'라는 양념을 조금 추가한 영화라고나 할까?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공식들은 거의 다 나오며, 인디아나 존스 1편의 그 유명한 장면 -  아랍 사람이 칼을 들며 폼을 잡으니까 황당하다는 듯이 총으로 끝내버리는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참 여러 생각들을 했더랬다.) - 도 나오고, 매트릭스와 몇몇 영화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액션 처리 장면도 나온다. 최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특징인 첫머리를 일단 화끈한 액션으로 점철하는 장면도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돈 많을 때 그냥 보면 된다. 생각많으면 중간에 딴 생각이 나서 집중이 안된다.


그래도 이 영화가 내게 인상적인 것은 영화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나온다는 점이었다. 앙코르와트는 올 초 결혼 당시 신혼여행지 1순위이기도 했던 곳이다. 여러 여건을 따진 끝에 결국 네팔로 신혼여행을 가기는 했지만, 사실 고대 문명에 대한 어떤 경외감 같은 것이 나를 자꾸만 끄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레이엄 핸콕(전에 유행했던 신의 지문이라는 책도 썼다)이 쓴 '신의 거울'이라는 책(이 책을 시인 김정환이 번역을 했더구만.. 허..)을 보면, 초고대문명적 관점에서 앙코르와트에 대해 야부리를 잘 풀고 있다. 나는 요즘 그런 종류의 야부리에 대해 어찌된 일인지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그 책에 담긴 천연색 도판에 자꾸만 눈길이 가면서 그 아름다운 불상과 경이로운 성곽과 정교한 수학적 배치, 그리고 그 거대한 규모 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경외심이지 또 뭐가 있겠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졸라 고차원적인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더라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을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런 초고대문명을 답사해 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하하.. 내가 결혼하며 내 처와 약속하기를 34살이나 35살이 되면, 둘 다 하던일 그대로 그만 두고, 꼭 1년 동안 그런 문명들 찾아다니며 여행하자고 했는데.. 과연 그 약속은 지켜질까.. 하하..


아, 졸라 덥다.. 사이다나 한 잔 마시고 잠이나 자야겠다.


2001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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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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