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비비씨 뉴스를 보니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 개인적인 마약 소지와 사용을 비범죄화하자는 시도를 했다가 최소한 1개국 이상의 회원국 반대로 철회했다고 한다. 이렇게 단편적인 뉴스 꼭지 하나만 접하면 유엔이 미쳤나 싶기도 할 텐데, 얼마 전에 읽은 글이랑 겹치며 이것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된다. 





2012년 런던정경대에서 나온 '세계 마약과의 전쟁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0년 간의 마약과의 전쟁은 '완전한 실패'다. 


마약에 대한 접근은 더 쉬워졌고 순도는 높아졌으며 가격은 떨어졌다. 미국은 지난 40년간 군사적 방식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하며 무려 1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또한 통렬한 실패라고 자인하고 있다. 


특정 남미 국가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지원과 행동을 취함으로써 단기간에는 마치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소위 '풍선효과'로 인해 마약 생산과 유통 거점은 다른 국가로 이전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강력한 군사적 행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미는 상시적인 살인, 테러 등이 판치는 치안 불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모든 남미 국가에 대해 더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이제 마약 세력은 동 아프리카 해안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상당수 옮김으로써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고, 전 세계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도 제한적이다. 잘 알다시피 동 아프리카 해안 지역은 국제적인 영향력이 거의 행사되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런던정경대 리포트는 군사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될 재원을 공공 보건 향상과 암시장 영향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투입하는 편이 더 낫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마약 정책이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2015년 10월 2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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