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어떻게 역동적이며 창의적인 기술국가로 발돋움했는지 이스라엘 관점에서 거의 자화자찬급으로 설명한 책이다. 저자들은 이스라엘 부흥의 3대 요인으로, 이민자 친화 정책, 전쟁(시스템), 그리고 벤처캐피털 제도의 성공을 꼽고 있다. 더불어, '후츠파'로 일컬어지는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식, 수평적 인간관계에 기반을 둔 활발한 토론 문화, 권한과 책임의 아래로 위임 같은 문화적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스라엘 현대사를 곁눈질로 알게 되는 건 일종의 덤이다. 책 대부분을 이스라엘의 성취와 성공 요인에 할애하고 있지만, 그래도 균형을 맞추려는 듯 맨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이스라엘의 몇몇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노동과 군복무는 하지 않은 채 종교공부에만 매달리는 극단적 정통 유대인 '하레디'와 주류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 문제가 특히 중요한 문제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의 노동생산성은 낮지만 출산율은 일반 이스라엘인에 비해 무척이나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사회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많다. 최근에는 고급 두뇌 유출도 하나의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했던 점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들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점이었다. 한 예를 들어 보자면, 이 책에는 인텔이 센트리노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성공시키는데 인텔 이스라엘 지사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미국 본사가 CPU 속도 경쟁에만 빠져 있을 때 이스라엘 지사는 특유의 다른 시각으로 센트리노를 기획한 뒤 본사의 반대를 눈물겨운 방식으로 극복하고 센트리노를 론칭시켜 본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과 꾸준함,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주류 경영학의 조직행동학 관련 문헌에서는 이 사례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 본사가 센트리노와 같은 칩을 이미 기획하고 미국 연구소에서 개발에 착수했지만, 기존 CPU 속도 경쟁에 묻힌 문화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에 본사에서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고립된 이스라엘에 새로운 팀을 세우고 이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새 술은 새 부대에'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서술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은 한국의 이스라엘 예찬론자들이 가져다 쓰기 좋은 이스라엘의 미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실제 이스라엘의 미덕이 언급될 때마다 우리가 들었던 대부분의 미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만, 한국의 이스라엘 예찬론자들이 언급하지 않고 있던 점은, 이런 이스라엘의 미덕이 가능하게 된 그 문화적 밑바닥에 소대장이 작전참모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사회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떤 권위에도 기꺼이 대들도록 훈육하는 그들의 토론 중심 교육에 대해서도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이스라엘이 종교적 신심으로 가득한 사회로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 섹스와 마약은 일종의 코카콜라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창업국가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 댄 세노르, 사울 싱어 공저 / 윤종록 역 | 다할미디어 


2017년 9월 12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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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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