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제에 대해 다른 기술 방식의 책을 읽노라면 씨실과 날실이 만나 아름다운 무늬의 천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떠오르곤 한다.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나 닐 타이슨의 [Astrophysics for people in a hurry] 모두 우주에 관한 책이다. 앞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로부터 시작해 코페르니쿠스, 뉴튼을 거쳐 아인슈타인, 허블, 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지는 우주론의 변천을 통시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반면, 닐 타이슨의 책은 현대 천문학의 최신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과 구조, 메카니즘, 그리고 미스터리를 특유의 구어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수직적 구조와 수평적 구조의 두 책이 만나 튼튼하고 풍성한 나무를 이뤄나가는 느낌이다. 


우리의 일반적 생각과 달리 천문학은 20세기 이후 놀라울 정도의 발견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주 팽창 관측, 빅뱅 이론의 확립,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존재 인식 등이 모두 최근의 업적이다. 중력파의 발견도 불과 2년 전 일이다. 닐 타이슨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한 번씩은 천문학적 관측이나 발견이 대중미디어를 장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천문학과 우주론의 발전은 인간중심주의를 더욱더 해체한다. 천동설이 해체되었고 우리 태양계, 은하계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념이 깨졌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우리가 세상과 우주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고 믿었던 일반물질(ordinary matter)이 우주 전체의 단 5%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뭐라고? 우리가 실체도 모르는 물질과 에너지가 전체 우주의 95%를 차지한다고? 양자우주론은 어쩌면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제공한다. Universe가 아니라 Multiverse의 등장이다.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지구는 특별한 행성일까? 현대 천문학은 지구 같은 행성이 은하수 내에서만 무려 400억 개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우주 전체 은하계가 아닌 단일 은하수 내에서만 저 갯수의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존재하며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물은 우주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분자구조이며 산소는 우주에서 세 번째로 흔한 원소다. 우리 몸을 이루는 많은 원소들은 지구와 우리 태양계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저 드넓은 우주에서 초신성을 비롯한 별들의 폭발과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우리 몸에 이미 우주는 들어와 있었고 우리가 곧 우주였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천문학은 인간을 더욱 겸손하게 하고 역설적으로 영적으로 만든다. "내 안에 한울님이 계시고, 네 안에 한울님이 계시니, 너와 내가 다 같은 한울님이라."는 어쩌면 돈오(頓悟)의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저자) | 레너드 믈로디노프(저자) | 전대호(역자) | 까치 | 2006-03-20 | 원제 A Briefer History of Time (2005년) 



[Astrophysics for People in a Hurry ]

Neil deGrasse Tyson | W. W. Norton & Company | 2017-05-02 



2018년 4월 1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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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4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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