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싱가폴은 여전히 국제적이고 개방적이다. 아니 예전보다 더 한 것 같다. 오늘 싱가폴 국립대 교수나 연구원들이랑 이야기 나누는데 모두 싱가폴 출신이 아니다. 혁신은 인재가 모이는 곳에서 일어난다. 인재를 가리는 곳에서 혁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에러다. 난 한국 공간정보 분야에서 외국인 교수나 연구원을 본 기억이 없다. 한국이라는 장소성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다른 외국인에 비해 어떤 놀라운 경쟁력을 이 땅에서 보여주고 있는 탓일까?
2. 이런 모임 와서 항상 아쉬운 게 기술 그 자체로는 한국도 참 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국제적인 시각을 갖지 못해 많은 기회를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몇몇 발표를 보며 야 이거 한국에서 몇 년 전에 다 했던 건데 이렇게 표준에 실어 국제적인 트렌드로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나를 만들어 열 곳에 팔면 수익율이 좋을 텐데 우리는 열 개를 만들어 겨우 한 곳에 팔려고 한다. 이러니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율에 시달리는 거다. 국제적인 시각을 놓치면 과연 우리 업계에 미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클라우드와 서버리스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이때에.
3. 내수 시장만으로 생존하기 힘들다면서도 조그마한 기회만 보이면 울타리를 치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성을 쌓는 건 참으로 이중적이다. 후발주자로서 우리가 연횡이 아니면 합종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살 길은 오픈소스와 국제표준을 고리로 한 강력한 합종책이다.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차별화다. 오픈소스와 국제표준의 주도국가로 우리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를 차별화하는 건 그리 나쁜 전략이 아니다.
4. 우리 분야에서 '제안서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멋지게만 쓰면 된다', '심사위원만 잡으면 된다', '컨소시엄 구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식의 언급을 자주 듣는다. 이런 언급은 우리 업계가 '레드오션'에 빠져 있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하기야 단군 이래 우리 경제가 좋았던 적이 한 번이나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ㅎ
2018년 9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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