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설거지하는데 딸이 아빠 도와주고 싶다며 설거지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빨래 개던 아내는 시큰둥하고. 설거지도 삶의 한 부분이겠다 싶어 기꺼이 가르쳐 줬다. 설거지란 단순히 그릇과 수저를 씻는 게 아니라 논리적 절차임을 강조했다. 수세미를 꺼내 세제를 붓고 거품을 낸 뒤 쉬운 순서대로 설거지하는 시범을 보였다. 시범 뒤 딸애가 이것저것 물으며 설거지하더니 한마디 한다. 아, 설거지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잘한다며 칭찬한 뒤 난 딴짓을 했다. 톰 소여의 담장 칠하기 에피소드가 떠올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딸애도 아직 읽지 않았으니 말이다.


2018년 12월 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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