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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흡스굴 호수의 아침은 맑았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 짧은 산책을 마치자마자 비를 뿌리기 시작하더니 하늘은 오전 내내 비를 쏟아냈다. 자연의 일을 사람이 어찌할 수는 없는지라 아침부터 게르에 모여 일행들과 맥주와 보드카를 즐겼다. 술을 마시며 날이 개면 산에 오르자고 농담을 했는데 진짜 날이 맑아져서 모두들 흡스굴 호수 뒤편의 산에 오르기로 했다. 

흡스굴 호수 입구에는 차탄족의 관광캠프가 있다. 이곳에 들러 차탄족 문화를 잠깐 체험한 뒤 캠프 뒤에 있는 임도를 따라 산을 올랐다. 바로 오르기에는 경사가 심해 지그재그로 개설되어 있는 임도를 이용한 것. 마지막에는 임도를 벗어나 숲을 헤쳐가며 직선으로 바로 정상을 향해 올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략 해발고도 2,270m 정도 되는 산이었다. 흡스굴 호수 자체가 고도 1,650m에 자리잡고 있으니 한 600m가량을 오른 셈. 

혹시나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꼭 흡스굴 산에 오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올랐던 산은 임도를 타고 오르는데 대략 2시간 가량 걸렸다. 내려오는데 다시 1시간 정도. 고도가 높은 탓인지 제법 힘들었지만 그 대신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경험했다. 한국인들이 흡스굴에 오면 승마, 모터보트 정도만 즐기고 마는데 여기에 더해 꼭 등산하기를 권한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여기에 공유한다. 

아침에 맞이한 캠프 주변 풍경. Toilogt 캠프는 앞으로 흡스굴 호수를 뒤로는 타이가 숲을 그리고 옆으로는 석호를 끼고 있다. 석호도 작은 편은 아니어서 여기서 카약 같은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흡스굴 호수를 방문했을 때 비가 많이 와서 석호의 수위가 많이 올라온 상태. 그래서 아래 사진 같이 멋진 풍경이 연출되었다. 

 

위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DSLR로 찍은 것. 

 

초여름에 비까지 내리니 만물이 생동한다. 사실 이 날 아침 저 멀리 산꼭대기에 눈도 내렸다. 잘 보면 산 정상에 쌓인 눈이 보인다. 

 

아침이 되니 야크들이 알아서 이곳에 와서 풀을 뜯었다. 

 

새끼 야크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렇게 아무나 붙잡고 놀아달라고 한다. ㅎ 

 

흡스굴 호수의 맑은 물. 고요한 날에는 대략 수심 10m 아래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등산 전에 차탄족 캠프를 찾았다. 차탄족 캠프는 북미 원주민의 캠프처럼 생겼다. 길쭉한 이등변 삼각형을 닮았다. 몽골 유목민의 게르에 비해 공간은 더 좁았고 수직적으로는 더 높은 편이었다. 차탄족들은 순록을 따라 러시아로 갔다 몽골로 왔다 하며 생활한다. 물론 여권 없이 그냥 산을 따라 이동한다고. 이제는 이 차탄족이 몇 명 남지 않았다고 한다. 

 

차탄족 캠프 천정. 

 

순록이다. 

 

차탄족 캠프에 가면 이렇게 차탄족 전통 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드디어 차탄족 캠프 뒷길을 통해 슬슬 등산 시작. 

 

울창한 타이가 숲과 야크 떼들 그리고 게르, 평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숲 곳곳에는 야생화가 가득하고. 

 

조금 오르니 흡스굴 호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흡스골 호수의 면적은 제주도의 1.5배에 이른다. 물의 양으로만 따지자면 몽골 전체 민물의 70%, 전 세계 민물의 0.4%에 해당한다. 

 

산을 오르며 만난 야생화들. 흡스굴에 약 800종류의 야생화가 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정상 부근에서 숲을 가로질러 정상으로 바로 올랐다. 

 

중간쯤 오르면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기념 사진 하나.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같이 산을 오르시기 시작했던 두 분은 등산을 포기하고 미리 내려가셨다. 가이드 포함해서 4명만 정상까지 오른 셈. 

 

와,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 주변도 온통 들꽃으로 가득하다. 

 

정상에서 사진 찍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을 내려가는 길. 정상에서는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찍은 흡스굴 호수 주변 풍경. 여러 게르 캠프들이 보인다. 

 

숲 속을 통해 내려가다 순간 길을 잃었다. 숲 속에 길이 없으니 그냥 감으로 내려가다 길을 잃은 것. 어쩔 수 없이 구글맵을 켜고 길을 찾아 다시 내려왔다. 

 

하산하는 길에 만난 들꽃들. 

 

이곳 목동들도 이제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탄다. 양과 염소를 몰던 목동의 오토바이. 

 

가이드가 그랬다. 왜 몽골 보고 나무 없는 나라라고 그러냐고? 흡스굴 주변은 정말 울창한 타이가 숲 천지다. 기후 탓인지 관목은 별로 없고 쭉쭉 뻗은 낙엽송과 초화류로만 이뤄진 숲이다. 

 

이 길이 흡스굴 호수의 입구인 하트갈로 이어진다. 저 멀리 하트갈이 보인다. 

 

하산 완료.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호기심 많은 야크가 놀아달라고 다가온다. 

 

캠프 주변 석호의 저녁 풍경. 위도가 높아서 밤 10시가 넘어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2019년 7월 12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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