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찬으로 조미김을 곁들였다. 비닐 속 플라스틱 용기에 손바닥 반 만한 김 10장과 습기제거제인 실리카겔이 함께 들었다. 대부분의 조미김 포장이 이렇다. 여기 담긴 김이 더 비쌀지 아니면 포장재와 포장비용이 더 들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조미김을 먹을 때마다 플라스틱과 비닐이 나온다면 그 양도 만만치 않겠구나 싶었다. 2019년 판매된 조미김 수량으로 미뤄보건대 조미김 용기로만 3,055톤의 플라스틱이 발생했다고 한다.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다량의 탄소를 흡수해 블루카본으로 주목받고 있고, 이런 사실이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다이어트 음식이자 친환경 음식으로 김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이때, 참으로 묘한 아이러니다. 얇디얇고 손바닥 반 만한 김 10장을 먹기 위해 다량의 비닐과 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을 함께 소비해야 하니 말이다.
작년에 비해 김 시세가 50% 넘게 폭등했다. 전 세계적 김의 인기와 시세 폭등 덕분에 우리나라는 작년에 1조 원 이상의 김을 수출했다. 문제는 이런 수출 호조의 주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김의 대부분은 한국, 일본, 중국 이렇게 동아시아 3국이 생산한다. 중국은 자국 소비를 감당하기도 벅차 사실상 한국과 일본 김이 전 세계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온난화로 최근 일본 김의 생산이 급감하며 한국이 반사 이익을 본 것. 다음 차례는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기후변화가 한국만 비켜갈 일은 없으니까.
나는 서울 와서야 처음으로 조미김을 접했다. 김은 얇았고 참기름과 맛소금 범벅이었다. 이런 걸 왜 먹나 싶었다. 본 얼굴을 가리려 짙은 화장을 한 느낌이었다. 그전에는 시골에서든 광주에서든 마른 김을 구워 간장을 찍어 밥을 싸서 먹었다. 굽지 않고 마른 김에 간장을 찍어 먹어도 좋았다. 종기에 간장을 붓고 살짝 참기름만 올려주면 된다. 어렸을 때 김의 이름은 해태였고 해태는 광에 그냥 잘 두면 되는 건조 식품이었다. 습기를 조심해야 했지만 그렇게 유별나게 보관해야 하는 식품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해태가 다 떨어졌다고 하셨지만 내가 광을 다 뒤져 기필코 찾아냈던 기억도 난다. 그때 해태는 밥도둑 중의 밥도둑이었다.
한승원의 소설을 보면 더 많은 김을 생산하기 위해 마련한 대공장 생산체제가 어떻게 갯마을을 해체하는지 잘 나온다. 대량 김 생산이 오히려 어민의 삶에 치명타로 돌아오는 상황을 묘사했다. 지금 김의 인기와 대유행이 김 생산의 밑동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해태 없는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아서다.
2024년 10월 5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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