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요즘 왜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게 되었는가로 주제가 옮아갔다.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입사원이 회사에 다니다가 자기 적성과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제법 된다. 3~5년 차에서 이런 경우가 왕왕 있다. 어떻게든 3년 이상의 경력은 채웠지만 결국 자기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길을 찾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스펙도 좋고 자세도 좋아 뽑았지만, 사람마다 자기와 맞는 길이 있기에 이런 경우 어쩔 수 없다. 


둘째, 3년 이상 경력을 쌓자마자 더 높은 연봉과 더 나은 복지혜택을 주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다. 개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인데, 이게 회사 차원에서는 돈 주며 훈련했더니 그 과실을 고스란히 다른 회사에 뺏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회사로서는 이제 숙련도가 올라가 함께 일할 만한데 직원이 떠나게 되어 상당한 손실이기도 하다. 


셋째, 신입사원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경향적으로 최근 신입사원은 예전에 비해 치열함이나 더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공통된 언급이 많았다. 워라밸의 영향 탓인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모르겠다. 숙련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 위해 상당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골든 타임이 바로 20대 신입 때인데 이 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더라는 거다. 


넷째, 기존 직원들이 신입사원의 사수 혹은 멘토 하기를 꺼린다. 신입사원을 잘 훈련하기 위해서는 사수를 붙이고 적절하게 케어해 줘야 하는데, 갈수록 사수나 멘토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신입사원 멘토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제법 된다고 한다. 내 일도 바빠 죽겠는데 말도 안 통하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신입을 위해 내가 왜 노력해야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다섯째, AI의 확산이다. 신입에 맡기던 코딩을 AI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Cursor를 써보니 어지간한 신입 2~3명에게 시키던 일을 대체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을 왜 뽑아야 하는지 그 이유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위와 같은 이유가 쌓이다 보니 기업 처지에서는 신입 채용이 리스크가 큰 투자가 되어 버렸다. 검증되지 않고 투자위험이 큰 신입사원보다는 검증되고 훈련된 경력사원에 대한 선호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고. 회사 연봉과 복지가 좋으면 누가 나가겠느냐는 반박도 있는데, 사실 신입을 안 뽑으면 그 투자 비용을 돌려 기존 임직원에게 제공할 수 있어 회사 연봉이나 복지가 더 향상되기도 한다. 


이런 채용시장 변화가 대학 캠퍼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최근 신입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학부 마치고 바로 취업하는 대신 대학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석사를 마치면 그래도 경력직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돈 받으며 3년가량 훈련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자기 돈 내며 2년을 더 훈련받아야 겨우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버린 셈이다. 


누구 잘잘못을 가리자고 쓴 글도 어떤 대안을 찾아보고자 쓴 글도 아니다. 지금 세태가 이렇다는 거다. 다들 자기 입장에서 충실히 살고 있을 따름이다. 그 방향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025년 2월 2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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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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